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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비싼 그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

다른 표기 언어 The Gross Clinic
요약 테이블
제작시기 1875년
가격 $68,000,000(713억 4000만 원)각주1)
작가 토머스 에이킨스(Thomas Eakins, 1844~1916)
토머스 에이킨스,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 캔버스에 유화 / 243.8×198.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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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내 그림 안에 모두 들어 있다.”
-토머스 에이킨스

유럽 미술의 역사를 공부할 때 밀레, 모네, 마네, 피카소 등을 반드시 배우는 것처럼, 미국 미술의 역사를 공부할 때는 토머스 에이킨스를 반드시 배운다. 그는 미국 미술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몇몇 주요 화가 중 한 사람이며, 특히 필라델피아에서는 영웅 같은 존재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밀레는 농촌과 농부 등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이는 서양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변화였다. 비슷한 시기인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사실주의 화가 에이킨스가 자신이 태어나서 살고 있는 고향 필라델피아의 삶을 그대로 화폭에 옮겼다. 이 역시 미국 미술사에서 충격적인 일이었다. 에이킨스는 “내 삶은 내 그림 안에 모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 그림은 당시 일흔 살이던 실존 인물 그로스 박사가 필라델피아에 있는 토머스 제퍼슨 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임상 수업을 하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에이킨스는 제퍼슨 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실제로 해부학 수업을 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의학 기술의 발달을 기록으로 남기는 성격의 그림을 그렸다. 그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신체 어느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절단해 버리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했다. 그러다 의학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신체를 절단하지 않는 외과 수술로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당시로서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그로스 박사는 이 분야에서 저명한 의학 박사이자 토머스 제퍼슨 의과 대학의 스타 교수였다.

이 그림은 에이킨스가 실제 수술 현장을 목격하고 그린 것이다. 수술하는 그로스 박사와 그를 돕는 의사들의 손에 피가 묻어 있고, 칼을 들고 살을 째는 것도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환자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그 옆에서 차마 수술 장면을 보지 못하고 절망적인 모습으로 울고 있다. 하지만 집도하는 그로스 박사는 이 수술에 자신이 있는 듯 차분한 얼굴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비록 유혈이 낭자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그림은 수술의 잔인한 장면을 보여 주려는 것이 아니라 발전한 의학 기술과 그로 인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보여 주기 위해 그린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림의 오른쪽에서 벽에 기댄 채 수술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에이킨스 자신이다.

에이킨스는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장의 스케치와 습작을 남겼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선택해 그렸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인데 중심인물인 그로스 박사와 환자의 수술 부위가 집중 조명을 받아 가운데를 중심으로 명암이 뚜렷하게 표현되는 것을 보면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분위기가 난다.

그런데 왜 그는 수많은 주제 중에서도 하필 피가 흐르는 외과 수술 장면을 택해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렸을까? 지금 보아도 의아한데 그림이 그려진 19세기 말 사람들의 눈에는 오죽했을까. 실제로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에이킨스는 이 그림을 1876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 국제전’에 출품했지만 미술 분과 심사 위원회에서 거절했다.

이 그림은 1878년에 토머스 제퍼슨 대학교가 구입해 학교에서 전시해 왔다. 그런데 2006년 11월에 대학교 이사회가 6800만 달러(713억 4000만 원)에 그림을 팔기로 결정했다. 이 금액을 제시한 구매자는 워싱턴 국립 미술관과 아칸소 주에 있는 크리스털 브리지 미술관이었다. 그러자 필라델피아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은 필라델피아가 배출한 가장 유명한 화가의 가장 유명한 그림이고,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난 일을 그린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이 필라델피아를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기금 모금 운동이 벌어졌다. 그림을 구입해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에서 전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기부자가 3600명이나 모였지만 6800만 달러(713억 4000만 원)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마침내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 측은 결단을 내렸다. 모자라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다른 에이킨스 작품들을 판 것이다.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이 에이킨스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을 희생해서라도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 습작과 에이킨스가 훗날 그린 또 다른 수술 장면인 〈애그뉴 박사의 임상 수업〉을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그림을 꼭 손에 넣어 함께 전시하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이 그림은 필라델피아 미술관 측이 소장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미술 작품, 특히 초고가의 미국 미술 작품 대부분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현대 미술 작품들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전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는 세계 미술의 중심이 뉴욕이 아니라 파리였기 때문이다. 19세기 말에 그려진 미국 미술 작품이 이렇게 비싸게 팔린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런 만큼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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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 원화 환산 환율은 외환은행에서 제공하는 2014년 1월 1일~6월 30일의 평균환율(고시 회차 최종, 매매 기준 환율)을 따랐습니다.

참고문헌

  • ・ ‘Thomas Eakins’s the Gross Clinic’, 필라델피아 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philamuseum.org/conservation/14.html?page=1
  • ・ Kathryn Shattuck, ‘Got Medicare? A $68 Million Operation’, The New York Times, 2006년 11월 19일
  • ・ Carol Vogel, ‘Philadelphia Raises Enough Money to Retain a Masterpiece by Eakins’, The New York Times, 2008년 4월 24일

이규현 집필자 소개

미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미술 시장에 대한 현장 경험을 동시에 갖춘 미술 전문가. 《조선일보》 미술 담당 기자를 거쳐 아트 마케팅 회사인 이앤아트를 설립하여 미술 전시 기획과 홍보, 아트 마케..펼쳐보기

출처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 저자이규현 | cp명알프레드 도서 소개

미술품 거래 역사상 가장 비싼 그림들을 정리하고 각 작품의 예술사적 가치와 비싸게 거래된 이유들을 소개한다.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한 내용과 각 작..펼쳐보기

전체목차
1.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위부터 100위까지! (2014년 기준) 1위. 폴 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2위. 파블로 피카소, 〈꿈〉 3위.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삼부작〉 4위. 잭슨 폴록, 〈넘버 5〉 5위. 윌렘 드 쿠닝, 〈여인 3〉 6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 7위. 에드바르 뭉크, 〈절규〉 8위. 재스퍼 존스, 〈깃발〉 9위. 파블로 피카소,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 10위. 앤디 워홀, 〈실버 카 크래시(이중 참사)〉 11위. 파블로 피카소, 〈파이프를 든 소년〉 12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는 남자 I〉 13위. 앤디 워홀, 〈여덟 개의 엘비스〉 14위. 파블로 피카소, 〈고양이와 있는 도라 마르〉 15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I〉 16위. 마크 로스코, 〈오렌지, 레드, 옐로〉 17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18위. 바넷 뉴먼, 〈블랙 파이어 I〉 19위. 빈센트 반 고흐, 〈가셰 의사의 초상〉 20위. 프랜시스 베이컨, 〈존 에드워즈 초상 습작 삼부작〉 21위. 클로드 모네, 〈수련 연못〉 22위. 재스퍼 존스, 〈부정 출발〉 23위. 앤디 워홀, 〈청록색 매릴린〉 24위. 파블로 피카소, 〈비둘기를 안고 있는 아이〉 25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악타이온〉 26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 27위. 페테르 파울 루벤스, 〈유아 대학살〉 28위. 마크 로스코, 〈넘버 1(로열 레드와 블루)〉 29위. 마크 로스코, 〈화이트 센터〉 30위. 앤디 워홀, 〈그린 카 크래시(녹색의 불타는 자동차 I)〉 31위. 한스 홀바인, 〈다름슈타트의 성모(마이어 가족과 함께 있는 성모)〉 32위. 빈센트 반 고흐, 〈턱수염이 없는 자화상〉 33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칼리스토〉 34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알폰소 다발로스 후작의 초상〉 35위. 치바이스, 〈송백고립도 전서사언련〉 3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침대 의자에 앉아 있는 누드(아름다운 로마의 여인)〉 37위. 토머스 에이킨스,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 38위. 마크 로스코, 〈무제〉 39위. 왕몽, 〈치천이거도〉 40위. 프랜시스 베이컨, 〈말하고 있는 조지 다이어의 초상〉 41위. 윌렘 드 쿠닝, 〈가제트 형사〉 42위. 앤디 워홀, 〈그녀의 남자들〉 43위. 앤디 워홀, 〈인종 폭동〉 44위. 클리퍼드 스틸, 〈1949-A-넘버 1(PH-89)〉 45위. 폴 세잔, 〈커튼, 주전자, 그리고 과일 그릇〉 46위.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구성 회화〉 47위. 제프 쿤스, 〈풍선 개(오렌지색)〉 48위. 잭슨 폴록, 〈넘버 19〉 49위. 빈센트 반 고흐, 〈조제프 룰랭의 초상〉 50위. 앤디 워홀, 〈코카콜라(3)〉 51위. 빈센트 반 고흐,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52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꽃 모자를 쓴 여인〉 53위. 파블로 피카소, 〈팔짱을 끼고 있는 여인〉 54위. 빈센트 반 고흐, 〈붓꽃〉 55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크고 좁은 두상〉 5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두상〉 57위. 프랜시스 베이컨, 〈이노센트 10세 습작〉 58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59위. 파블로 피카소, 〈피에레트의 결혼〉 60위. 파블로 피카소, 〈앙헬 페르난데스 데 소토의 초상〉 61위. 마크 로스코, 〈넘버 15〉 62위. 파블로 피카소, 〈정원에 앉아 있는 젊은 여인〉 63위. 장-미셸 바스키아, 〈더스트헤즈〉 64위. 앙리 마티스, 〈후면 누드 4〉 65위. 라파엘로 산치오, 〈젊은 사도의 두상〉 66위. 파블로 피카소, 〈요, 피카소〉 67위. 빈센트 반 고흐, 〈밀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촌부〉 68위.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 〈양손을 허리에 대고 있는 남자〉 69위. 라파엘로 산치오, 〈뮤즈〉 70위. 마크 로스코, 〈넘버 11〉 71위. 리커란, 〈만산홍편〉 72위. 앙리 마티스, 〈뻐꾸기, 푸른색과 분홍색의 카펫〉 73위. 프랜시스 베이컨, 〈투우 습작 1번 두 번째 버전〉 74위.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근대 로마:캄포 바치노〉 75위. 파블로 피카소, 〈검은 팔걸이의자에 누워 있는 누드〉 7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잠자는 여인〉 77위. 프랜시스 베이컨, 〈거울에 비친 글 쓰는 형상〉 78위. 파블로 피카소, 〈창가에 앉아 있는 여인〉 79위. 바넷 뉴먼, 〈원먼트 6〉 80위. 앤디 워홀, 〈1달러 지폐 200장〉 81위. 클로드 모네, 〈수련〉 82위. 앤디 워홀, 〈자유의 여신상〉 83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방이 다 보이는데!···아무도 없어!〉 84위. 프란체스코 과르디, 〈베네치아:카르본 거리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리알토 다리〉 85위. 프랜시스 베이컨, 〈자화상〉 8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아···알았어···〉 87위. 구스타프 클림트, 〈카소네의 교회(사이프러스가 있는 풍경)〉 88위. 쉬베이훙, 〈세상이 평화로워 농사가 즐겁다〉 89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 90위. 폴 세잔, 〈사과〉 91위. 파블로 피카소, 〈튤립이 있는 정물화〉 92위.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의 철도교〉 93위. 앤디 워홀, 〈흰색 매릴린〉 94위. 파블로 피카소, 〈라팽 아질에서〉 95위. 파블로 피카소, 〈책 읽는 여인〉 96위. 빈센트 반 고흐,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97위. 에드워드 호퍼, 〈위호켄의 동풍〉 98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테제 호숫가의 리츨베르크〉 99위. 잭슨 폴록, 〈넘버 4〉 100위. 프란츠 클라인,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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