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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대학살

다른 표기 언어 Massacre of the Innocents
요약 테이블
제작시기 1611년
가격 $77,000,000(807억 9500만 원)각주1)
작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
페테르 파울 루벤스, 〈유아 대학살〉, 패널에 유화 / 142×18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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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화가의 걸작이 200년 동안
평범한 화가가 그린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걸작은 결국 스스로를 증명합니다.”
-조지 고든(런던 소더비 플랑드르 회화 담당 스페셜리스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유아 대학살〉은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의 대표적 소장품이다. 이 그림은 캐나다 최대 부호이던 케네스 톰슨이 온타리오 미술관에 기증한 이천여 점의 ‘톰슨 컬렉션’ 중 하나다. 그가 온타리오 미술관에 기증한 이천여 점의 가치는 2억 달러(2098억 원)에 달할 뿐 아니라, 그 수량 역시 캐나다의 어떤 문화 기관도 받아 본 적 없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톰슨 컬렉션 중에서도 〈유아 대학살〉은 단연 백미로 꼽힌다.

개인 컬렉터 손에 들어간 작품은 다시 대중 앞에 나오는 법이 좀처럼 없는데, 케네스 톰슨은 이 그림을 대중과 함께 즐기고 싶어 한 것 같다. 그는 2002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4950만 파운드(807억 9500만 원)에 이 그림을 샀는데, 이 가격은 당시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렇게 비싸게 산 그림을 톰슨은 다음 해인 2003년 런던 국립 미술관에 대여해 주었다가 2008년에 온타리오 미술관에 영구 기증했다. 그가 대여하고 기증해 준 덕분에 이 그림은 대중이 감상할 수 있게 되고 더욱 유명한 그림이 되었다. 그러니 케네스 톰슨 같은 컬렉터는 정말 마음껏 칭찬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 한 사람 덕분에 캐나다 사람들과 전 세계 사람들이 이런 명화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루벤스는 바로크 시대 플랑드르 지역(벨기에를 중심으로 네덜란드, 프랑스 북부를 아우르는 지역)을 대표하는 화가다. 그는 당시 네덜란드에 속해 있던 안트베르펜(현재는 벨기에 제2의 도시) 출신인데, 이 그림을 그리기 직전까지 이탈리아에서 8년간 궁중 화가로 일하다가 돌아왔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덕에 미켈란젤로, 틴토레토, 카라바조 같은 이탈리아 대가들의 영향을 받아 인체 표현에 탁월했다. 특히 《성경》과 신화에 나오는 극적인 장면을 소재로 역동적인 화면을 구성하는 데 능했고, 인간의 극한적인 감정과 긴장을 아주 잘 표현했다. 그런 점에서 루벤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 이후 나타난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화가라고 할 수 있다.

‘바로크 시대’라 불리는 17세기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턴 등에 의해 과학이 한 단계 발전한 시기다. 사람들은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의 중력과 우주의 존재까지 믿게 됐다. 이런 변화는 미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르네상스 작가들이 인물을 평면적으로 표현했다면, 바로크 시대 작가들은 좀 더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로크 회화를 보면 마치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연극의 한 장면 같다. 등장인물의 움직임과 감정이 극적으로 표현되고, 색감이 아주 풍부하며, 무대 조명처럼 어디에선가 빛이 확실하게 내리쬐어서 밝고 어두운 부분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르네상스 화가들은 그림 속 모든 부분의 명암이 비슷하도록 중간 톤으로 그렸기 때문에 그림 속 사물이 평면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눈에 실제로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한 바로크 시대 화가들은 빛이 들어오는 방향, 그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 빛의 밝고 어두운 정도에 따라 사람 근육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등을 관찰했다.

〈유아 대학살〉은 이런 바로크 미술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 주는 거장 루벤스의 걸작이다. 우선 감상하는 사람의 심장이 쿵쿵 뛸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이 그림은 《성경》에 나오는 유대인 왕 헤롯의 무자비한 유아 대학살 장면을 그린 것이다. 헤롯은 장차 유대인의 왕이 될 아기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는 예언을 듣고,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베들레헴과 인근 지역에서 태어난 만 두 살 이하의 모든 아기를 죽였다고 전해진다.

그림 한 장에 어떻게 이토록 극적인 감정을 다 담을 수 있을까? 화면 중심에 있는 여인은 아기를 등 뒤로 숨기고 아기를 죽이려는 군인의 얼굴을 할퀴며 필사적으로 아기를 구하려 하고 있다. 그 오른쪽으로는 아기를 높이 쳐들고 기둥에 쳐서 죽이려는 군인에게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여인이 보인다. 이미 살해당한 아기들의 피가 기둥으로 흘러내린다. 화면 곳곳에 이미 핏빛을 잃은 아기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화면 아래에서는 한 여인이 이미 죽은 아기를 품에 안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뜯으며 통곡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그림의 소장 기록은 그림만큼이나 흥미롭다. 처음에는 밀라노의 한 부유한 상인에게 팔렸다가 1700년 무렵 중부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의 군주에게 팔렸다. 그런데 1767년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소장품 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기록을 잘못하는 바람에 이 그림은 한동안 루벤스의 제자인 얀 판 덴 회케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다. 그렇게 잘못 알려진 채로 1920년 오스트리아의 한 가문에 팔렸다. 그 가문 사람들은 이 그림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 50여 년간 여기저기에 빌려 주었다. 팔리기 직전에는 어느 수도원 회랑에 20년 넘게 방치되다시피 걸려 있었다.

그러다가 2001년 소유주가 그림을 팔기로 결정하고 사진을 찍어 소더비에 보냈다. 이 사진을 본 소더비의 플랑드르 회화 담당 스페셜리스트 조지 고든은 얀 판 덴 회케의 다른 작품들보다 수준이 훨씬 높아서 의아해했다. 오스트리아로 가서 직접 그림을 확인해 보니 루벤스가 1610년경 그린 〈삼손과 델릴라〉와 매우 흡사했다. 그는 이 그림이 얀 판 덴 회케가 아니라 루벤스의 것이라고 감정했고, 학자들도 이에 동의하여 이 작품은 1609년에서 1611년 사이에 그려진 루벤스의 그림으로 인정되었다. 작가의 이름이 바뀐 지 250여 년 만에 원작자를 다시 찾은 것이다. 소더비 경매가 아니었다면 이 그림은 아직도 얀 판 덴 회케의 이름표를 달고 수도원 회랑에 걸려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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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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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Richard G. Tansey and Fred S. Kleiner, Art Through the Ages II:Renaissance and Modern Art, 10th Edition, Harcourt Brace College Publishers, 1995, pp.848-852

이규현 집필자 소개

미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미술 시장에 대한 현장 경험을 동시에 갖춘 미술 전문가. 《조선일보》 미술 담당 기자를 거쳐 아트 마케팅 회사인 이앤아트를 설립하여 미술 전시 기획과 홍보, 아트 마케..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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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 저자이규현 | cp명알프레드 도서 소개

미술품 거래 역사상 가장 비싼 그림들을 정리하고 각 작품의 예술사적 가치와 비싸게 거래된 이유들을 소개한다.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한 내용과 각 작..펼쳐보기

전체목차
1.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위부터 100위까지! (2014년 기준) 1위. 폴 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2위. 파블로 피카소, 〈꿈〉 3위.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삼부작〉 4위. 잭슨 폴록, 〈넘버 5〉 5위. 윌렘 드 쿠닝, 〈여인 3〉 6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 7위. 에드바르 뭉크, 〈절규〉 8위. 재스퍼 존스, 〈깃발〉 9위. 파블로 피카소,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 10위. 앤디 워홀, 〈실버 카 크래시(이중 참사)〉 11위. 파블로 피카소, 〈파이프를 든 소년〉 12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는 남자 I〉 13위. 앤디 워홀, 〈여덟 개의 엘비스〉 14위. 파블로 피카소, 〈고양이와 있는 도라 마르〉 15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I〉 16위. 마크 로스코, 〈오렌지, 레드, 옐로〉 17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18위. 바넷 뉴먼, 〈블랙 파이어 I〉 19위. 빈센트 반 고흐, 〈가셰 의사의 초상〉 20위. 프랜시스 베이컨, 〈존 에드워즈 초상 습작 삼부작〉 21위. 클로드 모네, 〈수련 연못〉 22위. 재스퍼 존스, 〈부정 출발〉 23위. 앤디 워홀, 〈청록색 매릴린〉 24위. 파블로 피카소, 〈비둘기를 안고 있는 아이〉 25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악타이온〉 26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 27위. 페테르 파울 루벤스, 〈유아 대학살〉 28위. 마크 로스코, 〈넘버 1(로열 레드와 블루)〉 29위. 마크 로스코, 〈화이트 센터〉 30위. 앤디 워홀, 〈그린 카 크래시(녹색의 불타는 자동차 I)〉 31위. 한스 홀바인, 〈다름슈타트의 성모(마이어 가족과 함께 있는 성모)〉 32위. 빈센트 반 고흐, 〈턱수염이 없는 자화상〉 33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칼리스토〉 34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알폰소 다발로스 후작의 초상〉 35위. 치바이스, 〈송백고립도 전서사언련〉 3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침대 의자에 앉아 있는 누드(아름다운 로마의 여인)〉 37위. 토머스 에이킨스,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 38위. 마크 로스코, 〈무제〉 39위. 왕몽, 〈치천이거도〉 40위. 프랜시스 베이컨, 〈말하고 있는 조지 다이어의 초상〉 41위. 윌렘 드 쿠닝, 〈가제트 형사〉 42위. 앤디 워홀, 〈그녀의 남자들〉 43위. 앤디 워홀, 〈인종 폭동〉 44위. 클리퍼드 스틸, 〈1949-A-넘버 1(PH-89)〉 45위. 폴 세잔, 〈커튼, 주전자, 그리고 과일 그릇〉 46위.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구성 회화〉 47위. 제프 쿤스, 〈풍선 개(오렌지색)〉 48위. 잭슨 폴록, 〈넘버 19〉 49위. 빈센트 반 고흐, 〈조제프 룰랭의 초상〉 50위. 앤디 워홀, 〈코카콜라(3)〉 51위. 빈센트 반 고흐,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52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꽃 모자를 쓴 여인〉 53위. 파블로 피카소, 〈팔짱을 끼고 있는 여인〉 54위. 빈센트 반 고흐, 〈붓꽃〉 55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크고 좁은 두상〉 5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두상〉 57위. 프랜시스 베이컨, 〈이노센트 10세 습작〉 58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59위. 파블로 피카소, 〈피에레트의 결혼〉 60위. 파블로 피카소, 〈앙헬 페르난데스 데 소토의 초상〉 61위. 마크 로스코, 〈넘버 15〉 62위. 파블로 피카소, 〈정원에 앉아 있는 젊은 여인〉 63위. 장-미셸 바스키아, 〈더스트헤즈〉 64위. 앙리 마티스, 〈후면 누드 4〉 65위. 라파엘로 산치오, 〈젊은 사도의 두상〉 66위. 파블로 피카소, 〈요, 피카소〉 67위. 빈센트 반 고흐, 〈밀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촌부〉 68위.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 〈양손을 허리에 대고 있는 남자〉 69위. 라파엘로 산치오, 〈뮤즈〉 70위. 마크 로스코, 〈넘버 11〉 71위. 리커란, 〈만산홍편〉 72위. 앙리 마티스, 〈뻐꾸기, 푸른색과 분홍색의 카펫〉 73위. 프랜시스 베이컨, 〈투우 습작 1번 두 번째 버전〉 74위.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근대 로마:캄포 바치노〉 75위. 파블로 피카소, 〈검은 팔걸이의자에 누워 있는 누드〉 7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잠자는 여인〉 77위. 프랜시스 베이컨, 〈거울에 비친 글 쓰는 형상〉 78위. 파블로 피카소, 〈창가에 앉아 있는 여인〉 79위. 바넷 뉴먼, 〈원먼트 6〉 80위. 앤디 워홀, 〈1달러 지폐 200장〉 81위. 클로드 모네, 〈수련〉 82위. 앤디 워홀, 〈자유의 여신상〉 83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방이 다 보이는데!···아무도 없어!〉 84위. 프란체스코 과르디, 〈베네치아:카르본 거리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리알토 다리〉 85위. 프랜시스 베이컨, 〈자화상〉 8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아···알았어···〉 87위. 구스타프 클림트, 〈카소네의 교회(사이프러스가 있는 풍경)〉 88위. 쉬베이훙, 〈세상이 평화로워 농사가 즐겁다〉 89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 90위. 폴 세잔, 〈사과〉 91위. 파블로 피카소, 〈튤립이 있는 정물화〉 92위.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의 철도교〉 93위. 앤디 워홀, 〈흰색 매릴린〉 94위. 파블로 피카소, 〈라팽 아질에서〉 95위. 파블로 피카소, 〈책 읽는 여인〉 96위. 빈센트 반 고흐,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97위. 에드워드 호퍼, 〈위호켄의 동풍〉 98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테제 호숫가의 리츨베르크〉 99위. 잭슨 폴록, 〈넘버 4〉 100위. 프란츠 클라인,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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