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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상에서 가
장 비싼 그

파이프를 든 소년

다른 표기 언어 Garçon à la pipe
요약 테이블
제작시기 1905년
가격 $104,168,000(1092억 9500만 원)각주1)
작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파블로 피카소, 〈파이프를 든 소년〉, 캔버스에 유화 / 100×81.3cm

ⓒ 2014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특별한 스타일이 없는 화가입니다.
스타일은 종종 화가를 어떤 틀과 기법에 가두어 버립니다.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을 같은 방식으로 그리게 만듭니다.
지금 당신이 나를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변하고 있어요.
이미 다른 사람이 된 거죠. 나는 한 번도 멈춰 있던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에겐 스타일이 없다고 말하는 겁니다.”
-파블로 피카소

파블로 피카소는 스무 살 즈음이던 1900년대 초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을 왔다 갔다 하며 살다가 1904년 파리에 정착했다. 여기서 비로소 피카소의 파리 시대가 시작된다. 그는 파리 몽마르트르의 한 허름한 아파트에 살면서 값싼 술집과 레스토랑을 드나들며 자신과 비슷한 보헤미안 예술가들을 만난다.

피카소가 살던 아파트에는 페르낭드 올리비에라는 여성이 살았는데, 그녀는 곧 피카소의 애인이 된다. 이 지역에서 가난하지만 영혼이 자유로운 예술가들과 함께 사는 동안 피카소는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의 이른바 ‘청색 시대(Blue Period)’ 경향에서 벗어난다. 차가운 청색 톤 그림은 서서히 줄어들고 주황색과 분홍색 같은 따뜻한 색을 사용한 그림이 늘기 시작한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이 시기를 ‘장미 시대(Rose Period)’라고 부른다. 장미 시대로 변화한 것은 애인 페르낭드 올리비에의 영향도 있지만, 어느 한 스타일에 안주하지 못하는 피카소의 본성 때문이기도 하다.

1904년 말부터 1906년까지는 피카소가 한창 핑크빛 장미 시대 그림을 그리던 때다. 그리고 1907년이 되면 마침내 서양 미술사를 송두리째 흔든 입체파 경향의 작품이 뚜렷이 나타난다. 피카소가 서양 미술사에 가장 크게 미친 영향은 입체파 경향의 작품과 관련이 있지만, 입체파 시기의 작품은 대부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서 시장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시장에서 초고가에 거래된 피카소의 그림은 입체파 이전인 청색 시대와 장미 시대, 그리고 그의 전설적인 애인 마리-테레즈 월터를 그린 1932년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장미 시대가 절정에 달한 1905년에 그려진 작품이다. 청색 시대의 작품들은 온통 청색이었지만, 장미 시대의 작품들은 모두 장밋빛이 아니었다. 장밋빛이 감도는 분위기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피카소는 정물화와 풍경화도 그렸지만, 가장 많이 그린 것은 역시 초상화였다. 그는 초상화에 특히 뛰어났다. 피카소의 초상화는 모델을 아주 주관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모델의 내면이 배어 있고 거기에 피카소 자신이 모델에 대해 갖는 느낌까지 들어 있다.

이 그림의 모델은 피카소가 몽마르트르에서 자주 보던 한 가난한 소년이다. 피카소는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소년을 몇 차례에 걸쳐 스케치할 정도로 이 소년을 그리는 데 애착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이유는 소년 자체의 모습을 그려 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소년을 통해 어떤 상징적인 느낌을 표현하려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피카소는 처음에 이 그림을 그리다 미완성인 채로 스튜디오에 그냥 두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문학을 하는 친구들과 시에 대해 이야기하다 스튜디오로 돌아와 이 그림 바탕에 꽃을 그려 넣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마침내 작품을 완성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분명히 실존하는 한 소년이 모델이었음에도 신화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 그림이 비싼 이유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다음 이야기는 바로 이 그림을 소유하고 있던 컬렉터 존 헤이 휘트니 부부에 관한 것이다. 휘트니 집안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가다. 존 헤이 휘트니 고모인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는 20세기 초반의 유명한 미술 컬렉터로, 뉴욕에 있는 미국 현대 미술 전문 미술관인 휘트니 미술관을 세웠다. 존 헤이 휘트니의 외갓집도 대단했다. 외할아버지는 링컨 대통령의 비서를 지낸 외교관으로 주영국 대사를 지냈고, 어머니 역시 유명한 미술 컬렉터였다.

이렇게 화려한 배경에서 나고 자란 존 헤이 휘트니는 결혼한 뒤 아내와 함께 방대한 미술 컬렉션을 만들어 갔다. 피카소, 세잔, 드가, 르누아르, 마네, 고갱, 반 고흐, 보나르, 루소, 코로, 쿠르베, 로트레크 등 유럽 근대 미술 대가들의 주요 작품을 모아 그의 집이 미술관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컬렉션을 갖추었다.

게다가 존 헤이 휘트니 부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었다.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의 문화 기관과 의료 기관에 거액을 기부하고, 뉴욕 현대 미술관과 워싱턴 국립 미술관의 재단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또 자신들의 재산으로 휘트니 재단을 만들어 미국의 각종 문화 교육 사업을 지원했다.

이 그림은 존 헤이 휘트니 부부가 1950년에 스위스에서 3만 달러(3150만 원)에 산 것이다. 2004년의 가치로 환산해도 22만 9500달러(2억 400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 부부가 죽고 난 뒤 휘트니 재단의 소유가 되었는데, 2004년에 재단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1억 420만 달러(1092억 9500만 원)에 낙찰돼 미술품 가운데 최초로 1억 달러(1050억 원)를 돌파하며 당시 미술 경매 역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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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 원화 환산 환율은 외환은행에서 제공하는 2014년 1월 1일~6월 30일의 평균환율(고시 회차 최종, 매매 기준 환율)을 따랐습니다.

참고문헌

  • ・ Marilyn McCully, ‘To Fall Like a Fly Into the Trap of Picasso’s Stare:Portraiture in the Early Work’, Picasso and Portraiture, The Museum of Modern Art(전시 도록), New York, 1996, p.225, p.233
  • http://news.bbc.co.uk/2/hi/entertainment/3682127.stm

이규현 집필자 소개

미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미술 시장에 대한 현장 경험을 동시에 갖춘 미술 전문가. 《조선일보》 미술 담당 기자를 거쳐 아트 마케팅 회사인 이앤아트를 설립하여 미술 전시 기획과 홍보, 아트 마케..펼쳐보기

출처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 저자이규현 | cp명알프레드 도서 소개

미술품 거래 역사상 가장 비싼 그림들을 정리하고 각 작품의 예술사적 가치와 비싸게 거래된 이유들을 소개한다.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한 내용과 각 작..펼쳐보기

전체목차
1.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위부터 100위까지! (2014년 기준) 1위. 폴 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2위. 파블로 피카소, 〈꿈〉 3위. 프랜시스 베이컨,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삼부작〉 4위. 잭슨 폴록, 〈넘버 5〉 5위. 윌렘 드 쿠닝, 〈여인 3〉 6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 7위. 에드바르 뭉크, 〈절규〉 8위. 재스퍼 존스, 〈깃발〉 9위. 파블로 피카소,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 10위. 앤디 워홀, 〈실버 카 크래시(이중 참사)〉 11위. 파블로 피카소, 〈파이프를 든 소년〉 12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는 남자 I〉 13위. 앤디 워홀, 〈여덟 개의 엘비스〉 14위. 파블로 피카소, 〈고양이와 있는 도라 마르〉 15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II〉 16위. 마크 로스코, 〈오렌지, 레드, 옐로〉 17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18위. 바넷 뉴먼, 〈블랙 파이어 I〉 19위. 빈센트 반 고흐, 〈가셰 의사의 초상〉 20위. 프랜시스 베이컨, 〈존 에드워즈 초상 습작 삼부작〉 21위. 클로드 모네, 〈수련 연못〉 22위. 재스퍼 존스, 〈부정 출발〉 23위. 앤디 워홀, 〈청록색 매릴린〉 24위. 파블로 피카소, 〈비둘기를 안고 있는 아이〉 25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악타이온〉 26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 27위. 페테르 파울 루벤스, 〈유아 대학살〉 28위. 마크 로스코, 〈넘버 1(로열 레드와 블루)〉 29위. 마크 로스코, 〈화이트 센터〉 30위. 앤디 워홀, 〈그린 카 크래시(녹색의 불타는 자동차 I)〉 31위. 한스 홀바인, 〈다름슈타트의 성모(마이어 가족과 함께 있는 성모)〉 32위. 빈센트 반 고흐, 〈턱수염이 없는 자화상〉 33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디아나와 칼리스토〉 34위. 티치아노 베첼리오, 〈알폰소 다발로스 후작의 초상〉 35위. 치바이스, 〈송백고립도 전서사언련〉 3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침대 의자에 앉아 있는 누드(아름다운 로마의 여인)〉 37위. 토머스 에이킨스, 〈그로스 박사의 임상 수업〉 38위. 마크 로스코, 〈무제〉 39위. 왕몽, 〈치천이거도〉 40위. 프랜시스 베이컨, 〈말하고 있는 조지 다이어의 초상〉 41위. 윌렘 드 쿠닝, 〈가제트 형사〉 42위. 앤디 워홀, 〈그녀의 남자들〉 43위. 앤디 워홀, 〈인종 폭동〉 44위. 클리퍼드 스틸, 〈1949-A-넘버 1(PH-89)〉 45위. 폴 세잔, 〈커튼, 주전자, 그리고 과일 그릇〉 46위. 카지미르 말레비치, 〈절대주의 구성 회화〉 47위. 제프 쿤스, 〈풍선 개(오렌지색)〉 48위. 잭슨 폴록, 〈넘버 19〉 49위. 빈센트 반 고흐, 〈조제프 룰랭의 초상〉 50위. 앤디 워홀, 〈코카콜라(3)〉 51위. 빈센트 반 고흐,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52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꽃 모자를 쓴 여인〉 53위. 파블로 피카소, 〈팔짱을 끼고 있는 여인〉 54위. 빈센트 반 고흐, 〈붓꽃〉 55위. 알베르토 자코메티, 〈크고 좁은 두상〉 56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두상〉 57위. 프랜시스 베이컨, 〈이노센트 10세 습작〉 58위. 프랜시스 베이컨, 〈삼부작〉 59위. 파블로 피카소, 〈피에레트의 결혼〉 60위. 파블로 피카소, 〈앙헬 페르난데스 데 소토의 초상〉 61위. 마크 로스코, 〈넘버 15〉 62위. 파블로 피카소, 〈정원에 앉아 있는 젊은 여인〉 63위. 장-미셸 바스키아, 〈더스트헤즈〉 64위. 앙리 마티스, 〈후면 누드 4〉 65위. 라파엘로 산치오, 〈젊은 사도의 두상〉 66위. 파블로 피카소, 〈요, 피카소〉 67위. 빈센트 반 고흐, 〈밀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촌부〉 68위. 렘브란트 하르먼스 판 레인, 〈양손을 허리에 대고 있는 남자〉 69위. 라파엘로 산치오, 〈뮤즈〉 70위. 마크 로스코, 〈넘버 11〉 71위. 리커란, 〈만산홍편〉 72위. 앙리 마티스, 〈뻐꾸기, 푸른색과 분홍색의 카펫〉 73위. 프랜시스 베이컨, 〈투우 습작 1번 두 번째 버전〉 74위.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근대 로마:캄포 바치노〉 75위. 파블로 피카소, 〈검은 팔걸이의자에 누워 있는 누드〉 7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잠자는 여인〉 77위. 프랜시스 베이컨, 〈거울에 비친 글 쓰는 형상〉 78위. 파블로 피카소, 〈창가에 앉아 있는 여인〉 79위. 바넷 뉴먼, 〈원먼트 6〉 80위. 앤디 워홀, 〈1달러 지폐 200장〉 81위. 클로드 모네, 〈수련〉 82위. 앤디 워홀, 〈자유의 여신상〉 83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방이 다 보이는데!···아무도 없어!〉 84위. 프란체스코 과르디, 〈베네치아:카르본 거리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리알토 다리〉 85위. 프랜시스 베이컨, 〈자화상〉 86위. 로이 리히텐슈타인, 〈아···알았어···〉 87위. 구스타프 클림트, 〈카소네의 교회(사이프러스가 있는 풍경)〉 88위. 쉬베이훙, 〈세상이 평화로워 농사가 즐겁다〉 89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 90위. 폴 세잔, 〈사과〉 91위. 파블로 피카소, 〈튤립이 있는 정물화〉 92위. 클로드 모네, 〈아르장퇴유의 철도교〉 93위. 앤디 워홀, 〈흰색 매릴린〉 94위. 파블로 피카소, 〈라팽 아질에서〉 95위. 파블로 피카소, 〈책 읽는 여인〉 96위. 빈센트 반 고흐,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97위. 에드워드 호퍼, 〈위호켄의 동풍〉 98위. 구스타프 클림트, 〈아테제 호숫가의 리츨베르크〉 99위. 잭슨 폴록, 〈넘버 4〉 100위. 프란츠 클라인,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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