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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호모 케미쿠

녹색 화학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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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 1942~)은 제1차와 제2차 산업 혁명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1차 산업 혁명은 증기 기관과 방적기 등 연장에서 기계로의 발전이 주요한 특징이다. 제2차 산업 혁명은 기술 과학을 기반으로 한 화학제품, 효율적인 철강 제련법과 통신 수단의 발달에 따른 의사소통 기술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 1만 년의 인류 역사보다 최근 100년의 역사가 더 큰 변화’라고 말하는 중심에는 화학 산업이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화학 산업에서 ‘지속가능’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제기되었다. 이후 지속가능한 산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1987년에 유엔이 〈인류가 공존하는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전 산업 분야에서도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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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화학 산업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1990년 환경오염방지법령을 시행한 데 이어 1991년에는 환경보호국이 ‘녹색 화학 프로그램’을 처음 개발하면서 ‘녹색 화학(green chemistry)’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환경오염방지법령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환경 보호법으로 당시 미국의 조치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특히 이 무렵, 미국 환경보호국에서 근무하던 폴 아나스타스(Paul T. Anastas)가 주창한 ‘녹색 화학 12대 원칙’은 이후 친환경을 위한 화학 산업에 중요한 근거로 자리 잡는다.

폴 아나스타스는 매사추세츠 공대의 존 워너(John C. Warner)와 함께 녹색 화학에 대한 정의와 실행 방안을 만든다. 이후 녹색 화학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2000년대부터 세계의 주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는다. 이처럼 녹색 화학이 확산된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전 세계 국민의 인식 개선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환경에 대한 선진국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화학 물질 관리 정책의 방향도 점차 변모했다. 이전까지는 소극적이고 사건 발생 이후에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는 중이다.

인도 보팔 사고 이전까지는 정확한 사실 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고가 나도 기업은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는 유독 물질의 가능성만 보여도 규제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녹색 화학은 선진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화학 산업에서 가장 중시 여기는 개념으로 선회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앞서 녹색 화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유럽의 경우 신화학 물질 관리 제도(REACH)를 필두로 폐전기 · 전자 제품 처리 지침(WEEE), 유해 물질 제한 지침(RoHS), 폐자동차 처리 지침(ELV) 등 다양한 규제 장치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사전 오염 예방에 대한 인식이 주목할 부문이다. 특정 물질이나 행위가 환경 보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없다 해도 개연성이 감지된다면 이를 제재한다는 개념이다. 또한 오염원을 발생시킨 주체에 대한 제재 조치도 강화되는 경향이다.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원인 제공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밖에도 미래 세대의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개발 제한, 오염의 원인자에 대한 직접 규제 등도 전 세계 환경 보호 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의 화학 물질 관리는 두 가지 축을 근간으로 시행된다. 독성물질통제법령, 환경오염방지법령이 그것이다. 연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근간 외에도 각 주(洲)는 지역 특성에 맞는 법령을 제정, 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09년에 시행된 녹색화학법령 등을 통해 환경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본도 이미 오래전부터 녹색 화학에 대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1950년대 이후부터 많은 화학 산업 재해를 겪었기 때문에 일본의 대응은 매우 적극적이다. 2000년대 이후 대표적인 화학 물질 규제 법안은 ‘화학물질심사규제법’ 개정안이다. 특히 유해 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용도와 사용 정보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전사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할 때 반드시 환경 요소를 고려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유해 물질을 처리하는 데 집중했으나 지금은 환경 전문가가 참석, 제품 개발이나 설비 유지에 의무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선진 화학 기업들은 에너지 절감 및 녹색 화학을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친환경적 녹색 성장’은 더 이상 새로운 단어가 아니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친환경 녹색 성장을 위한 화학 업계의 움직임이 바로 ‘녹색 화학’으로 요약될 수 있다.

녹색 화학 12대 원칙
• 폐기물의 발생을 사전에 통제한다.

• 사용하는 원료는 모두 최종 생성물에 들어가도록 합성 방법을 개발한다.

• 건강과 환경에 덜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거나 제조하도록 합성법을 개발한다.

• 독성이 적은 물질을 개발한다.

• 용매 등 보조 물질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 가능하다면 물질 합성은 실온과 대기압에서 실시해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 재생 가능한 원료를 사용하도록 한다.

• 합성 과정에서 불필요한 유도체화 과정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 화학 양론적 시약보다는 가능한 한 촉매를 사용한다.

• 화학 물질은 무해한 물질로 분해되도록 연구한다.

• 실시간 화학 공정 감시, 유해 물질의 생성을 통제할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한다.

• 화학 공정에 사용되는 물질은 사고 가능성이 최소화되도록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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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문 집필자 소개

홍익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화학경제연구원, 《에너지경제신문》 등을 거쳐 인터넷 산업경제미디어 《EBN》에서 기자로 재직 중이다. 에너지, 석유화학, 화학섬유, 산업 소재 분야를 주력으로 ..

강한기 집필자 소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여 년간 기업 경영활동, 한국 산업사, 다큐멘터리 및 논픽션 분야에서 기획 및 저술활동을 해왔다.

출처

호모 케미쿠스
호모 케미쿠스 | 저자손병문 외 | cp명RHK, 알에이치코리아 도서 소개

학문으로서의 화학이 아닌, 실생활에 밀접한 분야로서의 화학을 만나보자. 인류가 얼마나 화학제품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지, 화학산업이 지구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은 어떠한지, 차세대 화학산업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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