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자동차
HOME > 자동차 > 시승기

[시승기] 벤츠 CLE 카브리올레와 함께 한 '로맨틱 드라이브'

발행일 : 2024-07-18 16:45:30
[시승기] 벤츠 CLE 카브리올레와 함께 한 '로맨틱 드라이브'

장마가 다가오던 어느 날, 기차에 몸을 싣고 부산으로 향했다. 김영란법 이후 최초의 1박 2일짜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미디어 시승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준비된 차는 CLE 200 카브리올레와 CLE 450 카브리올레 그리고 소수의 SL, 마이바흐 GLS였다. 운 좋은 기자들은 무작위 추첨으로 SL이 배정되었고, 나머지 기자들은 모두 CLE 카브리올레에 몸을 실었다.

2인 1조로 구성된 시승 프로그램의 파트너도 정해져 있었다. 업계 선배 오토모닝 정영창 국장과 한 조를 이뤄 시승에 나섰다.

[시승기] 벤츠 CLE 카브리올레와 함께 한 '로맨틱 드라이브'

시승을 시작하자 빗줄기가 거세졌다. 하는 수 없이 정 국장은 속도를 내지 않고 나와 담소를 나누면서 여유 있게 시승을 즐겼다. 어느새 업계의 고인물이 되어버린 두 시승자는 옛날이야기를 나누면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감상했다.

CLE 카브리올레는 승차감이 좋아서 조수석에서도 아주 편했다. 시트를 최대한 뒤로 빼고 앉으니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다. 물론 카브리올레임에도 뒷좌석이 꽤 넉넉하다. 2865㎜의 넉넉한 휠베이스는 구형보다 뒷좌석 무릎 공간이 72㎜, 어깨 공간이 19㎜ 넓어졌다.

트렁크 용량은 톱을 열었을 때 385ℓ, 톱을 내릴 때 295ℓ다. 필요한 경우에는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적재공간을 넓힐 수 있다. 톱을 내렸을 경우, 전동식 롤러 디바이더가 접힌 소프트톱과 트렁크의 나머지 공간을 자동으로 분리해, 짐을 적재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시승기] 벤츠 CLE 카브리올레와 함께 한 '로맨틱 드라이브'

기착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드디어 내가 운전석에 앉았다. 돌아가는 길에는 이 차의 오디오를 즐기기로 마음먹고 블루투스를 연결했다.

“어느 외딴섬, 로맨틱을 꿈꾸다 우리 떠내려왔나. 때마침 노을빛이 아름답더니, 깜깜한 밤이 오더군. 이대로, 이대로, 더 길 잃어도 난 좋아. 노를 저으면 난 그 소리를 들을래. 쏟아지는 달빛에 오 살결을 그을리고, 먼 옛날의 뱃사람을 닮아볼래. 그 사랑을.”

'잔나비'의 '외딴섬 로맨틱'을 들으면서 아름다운 부산의 해안도로를 감상하니, 잊힌 옛사랑이 떠오른다. CLE 카브리올레의 부메스터 오디오는 슬픈 내 마음을 아는지 절절하게 가슴을 후벼판다. 눈가가 촉촉해질 무렵,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자리에는 옛 연인이 아니라 선배 기자가 앉아있다. 다시 자세를 추스르고 운전에 집중했다.

[시승기] 벤츠 CLE 카브리올레와 함께 한 '로맨틱 드라이브'

CLE 450 카브리올레는 381마력의 최고출력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초고속으로 서킷을 질주하는 차가 아닌, 로맨틱 드라이브의 상징인 카브리올레에서 이 정도의 성능이면 충분하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니 배기음이 제법 씩씩해진다. 그러면서도 차체 강성이 좋아서 빗길에서도 믿음직스럽게 달린다.

카브리올레를 타면서 속도를 올리면 헤어스타일이 엉망진창이 되는데, 이 차는 그걸 대비해 '에어캡'도 마련했다. 앞 유리 상단과 헤드레스트 뒤에서 윈드 디플렉터가 나와서 탑승자의 머리 위로 공기가 흐르도록 돕기 때문. 메르세데스-벤츠 카브리올레의 특별한 장비 중 하나인 '에어스카프'는 겨울철 오픈 에어링을 즐기기에 좋다. 헤드레스트 아랫부분에서 따뜻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므로 한겨울에도 지붕을 열고 연인과의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이 차에 달린 또 하나의 특이한 장비는, 버튼 하나로 15도~40도 사이로 각도가 조절되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다. 평소에 살짝 누워있는 이 디스플레이는 지붕을 열었을 때 햇빛 때문에 잘 안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가 살짝 일어서 난반사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욕심을 좀 더 낸다면, 두 가지 각도 외에 중간 각도로도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승기] 벤츠 CLE 카브리올레와 함께 한 '로맨틱 드라이브'

지붕을 열고 다니다가 소나기가 내려도 걱정 없다. 전기로 작동하는 소프트톱은 시속 60㎞ 이내에서 20초 안에 열거나 닫을 수 있다.

가격은 CLE 200 카브리올레가 7880만원, CLE 450 4매틱 카브리올레가 1억80만원이다. 가격을 우선시한다면 200 카브리올레가 낫겠지만, 달리는 맛은 450 4매틱 카브리올레가 당연히 낫다.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도 200은 7.9초, 450은 4.7초로 차이가 크다.

지붕을 열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면 쿠페를 고르는 방법도 있다. 200 쿠페와 450 쿠페의 엔진 제원은 카브리올레와 같고, 가격은 200 쿠페가 7270만원, 450 쿠페가 9600만원이다. 예전에 벤츠가 마련한 시승회에서 타본 450 쿠페는 매력적인 사운드와 탄탄한 주행성능이 인상적이었다.

[시승기] 벤츠 CLE 카브리올레와 함께 한 '로맨틱 드라이브'

최근 제네시스를 비롯한 국산차가 많이 좋아졌지만, 카브리올레나 쿠페는 아직 럭셔리 브랜드 수입차의 영역이다. 그중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카브리올레는 로맨틱 드라이브에 최고다.

“사랑은 바다 건너 피는 꽃이 아니래. 조그만 쪽배로 파도는 밑줄 긋고, 먼 훗날 그 언젠가 돌아가자고 말하면 너는 웃다 고갤 끄덕여줘. 참 아름다운 한때야. 그 노래를 들려주렴. 귓가에 피어날 사랑 노래를….”

시승하는 내내 비가 쏟아지니 마음속은 옛 추억에서 허우적거리고, CLE 카브리올레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한다. 가만히 있자, 내 통장에 잔고가 얼마더라….

임의택 기자 [email protected]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