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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의 변명

2024-07-2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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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그냥 병X처럼 살고 있어." 슬럼프에 빠진 A가 말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중구 시청역 승강장에서 시위를 열고 장애인 이동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다른 친구 B가 있습니다. B는 최적의 날씨를 골라 1년에 몇 안 되는 산책을 합니다. 휠체어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데다, 몸 상태는 시시각각 달라지죠. 장애를 얻기 전에는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한잔을 즐기곤 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습니다. 카페를 포함해 편의 시설의 절대다수는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슬로프가 없기 때문이죠. 
 
휠체어에 몸을 싣고 가족에 의지해 외출할 땐 무엇보다 단단히 마음먹어야 합니다. B의 가족은 그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힙니다. 수많은 시선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죠. 안타깝다는 듯 "쯧쯧", 가엽다는 듯 "젊은 나이에…." 
 
만난 적 없고 앞으로도 마주칠 일 없을 장애인에게 던지는 일종의 '감탄사'입니다. 강직으로 몸이 뒤틀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보곤 놀라움을 표하는 겁니다. 장애인은 열등한 세계에 속하는 하위 개체니까요. 그렇지 않고선 일면식 없는 이에게 같은 식으로 참견할 수 있을까요? B의 가족은 분노를 삼켜야 합니다. 화내는 것보다 그를 돌보는 게 우선이니까요. 
 
A의 푸념이 '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죠. A를 위로하러 간 자리였거든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도 했고요. 단지 '나'의 세상에 장애가 존재하지 않을 뿐이죠. 그래서 그 말이, 숨죽이고 살아가는 장애인이나 장애인의 가족에게 무엇보다 끔찍한 모욕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고, 그 행위로 고통받는 사람이 극소수라고 해도, 존재한다면, 하지 않는 게 옳습니다. 그래서 다음 만남 때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옳고 그름은 누가 정하느냐'고 묻는다면 "당신 역시 장애인이 된다"고 말하겠습니다. 장애정도판정기준을 떠나서, 장애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니까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5.1%(264만1896명)를 차지합니다. 20명 중 1명. 그 많은 장애인은 다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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