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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가 명함인 세상

2024-07-2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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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최근 서초구의 영어 유치원에서 일하시는 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유치원생 부모들은 대부분 대기업 임원진부터 유명 연예인, 사업가 등등 이른바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자신을 소개할 때 직업보다도 사는 아파트 단지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서초나 강남은 한국 부동산 시장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아파트들이 즐비하니 충분히 그럴법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어떤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지는 무척 중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오죽하면 아파트 단지 이름이 명함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니깐요. 사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아파트 단지에 산다면, 그 사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압축시켜서 보여주는 것과 다름 없죠.
 
실제로 여러 아파트 단지를 취재하면서 이른바 대장주 아파트들은 대체 뭐가 그리 잘났길래 몇십억씩 할까 궁금했던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단지를 들어가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죠. 마치 단지 안에 거대한 숲 하나를 조성해 놓는가 하면, 잘 꾸며진 커뮤니티 시설들을 보면 자부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사회는 남들보다 튀는 걸 여전히 꺼려하면서도 남들보다 튀어 나와있길 원합니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지는 끝없는 줄세우기는 사회 나와서 내가 사는 집, 동네를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박관념처럼 '난 너와는 달라'를 보여줘야 하죠.
 
상급지 아파트를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는 금전적 여유도 필요하겠지만, 끝없는 서울 내집 마련 경주에 지친 이들이 꼭 브랜드 단지, 상급지 아파트가 아니라도 내 집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멀리 온 것 아니냐고 불평들을 많이 하겠지만요.
 
송정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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