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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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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제자리…'최저주거기준'

2024-07-11 18:07

조회수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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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하는데 13년째 바뀌지 않는 게 있습니다. '최저주거기준'입니다. 지난 2004년 처음 제정됐다가 2011년 딱 한 번 개정된 뒤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13년째 그대로인 겁니다.
 
최저주거기준은 가구 구성별 최소 주거면적, 용도별 방 개수, 전용 부엌·화장실과 같은 필수 설비 기준, 안정성·쾌적성 등을 고려한 주택 구조·성능·환경기준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 돼야 함을 명시합니다. 주거기본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정·공고할 의무를 지닙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제정 이후 20년 동안 개정이 이뤄진 건 2011년 5월 27일입니다. 가구 구성별 최소 주거면적이 처음에 비해 약간 늘어나도록 변경된 것 말고는 없었습니다. '최저주거기준은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라 그 적정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거기본법 제17조 제3항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최저 거주면적이 1인 25제곱미터(㎥)입니다. 우리나라 14㎥보다 약 1.8배 큽니다. 우리나라 가구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이 2020년 33.9㎥인 것과 비교하더라도 2011년 설정된 최저주거기준은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주택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은 '주요 구조부 재질이 내열·내화·방열·방습에 양호한 재질일 것' '적절한 방음·환기·채광·난방 설비를 갖출 것'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이 현저한 지역에 위치하지 않을 것' 등 추상적 표현이 난무합니다.
 
정부가 교육이나 의료 등 다른 사회보장에 비해 주거를 공공성 없는 문제라 인식하는 걸까요. 주거가 열악해지면 고용이나 교육, 건강 등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요.
 
주거권은 단순히 국가가 시혜적으로 국민에게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입니다.
 
지난 2020년 기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92만가구에 달합니다. 고시원, 숙박업소, 판잣집·비닐하우스 등 주택이 아닌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도 91만가구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이들에게 국가를 상대로 주거 제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가구에게 우선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거나 개량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하고, 주거정책 수립 시 사업주체가 주택 건설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줄이고자 노력할 의무를 둘뿐입니다.
 
주거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주거 최저선 확보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주거권 실현을 단지 미래에 달성할 국가 목표 정도로 보면 안 됩니다.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인정하는 태도는 지양돼야 합니다. 최저임금만큼 중요한 것이 '최저주거기준'이라는 것을 정부가 인식하길 바랍니다. 취약계층에게 주거는 '생존권'입니다.
 
서울 종로구 쪽방촌.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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