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30대 청년정치인인 밴스 상원의원을 낙점했다. 트럼프는 신세대 정치인 스타일에 맞춘 듯 직접 온라인에 글을 올려 부통령 후보로 오하이오주 출신 밴스 상원의원을 낙점했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이자 차세대 대권주자로 평가받는 밴스 의원은 1984년 8월생으로 만 39세. 트럼프 장남의 절친이자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 목소리다. 여러 새 아빠 밑에서 자라다 보니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는 그는 벤처 캐피털리스트, 작가, 그리고 현역 정치인으로 2023년부터 오하이오주를 대표하는 연방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담은 자서전을 2016년 발간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 자서전은 백인 빈곤층에서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기까지의 인생역경을 바탕으로 한 ‘힐빌리의 노래 (Hillbilly Elegy)’라고 한다.
명문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해 실리콘 밸리의 사업가가 된 그의 어린 시절은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자라면서 가난과 가정 폭력에 시달려야 했던 전형적인 흙수저의 삶의 연장이었다. 그는 절망에서 빠져나와 인생을 역전시킨 과정을 담담하게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에 담았다.
미국의 몰락한 공업 지역에서 자라난 주인공이 가난과 폭력이 난무한 환경에서 어떻게 재탄생하는지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이야 실리콘밸리의 전도유망한 젊은 사업가로 변신했지만, 실은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나 가난을 뼛속깊이 맛보며 자란 밴스 의원은 어쩌면 각종 힘겨운 현실에서 허덕이고 있는 미국사회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롤 모델일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후 해병대에 입대, 이라크 최전선에서 복무하고 민간인으로 복귀한 후 오하이오주립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마약 중독에 빠진 어머니와 일찍이 양육권을 포기한 인생 낙오자인 친부처럼 살지 않겠다고 아마 다짐하며 살았을 것이다.
사실 마약 중독과 학업 중도포기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미국사회의 어두운 현실이다. 도시 빈민, 시골 하층민 등 미 전역의 문제이다.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가수 오디션 방송을 보면 미 전역에서 노래라는 재능 아니면 아무런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살 수 밖에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온 게 밴스 부통령 후보다.
밴스같은 인물은 아마도 금수저 출신의 억만장자 트럼프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였을 것이다. 물론 밴스도 미국내 최상층 자본가들과 십여년 같이 일해 왔으니 그도 이젠 금수저이지만 말이다.
트럼프와 미국의 재건을 외치는 수많은 지지자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내주는 주인공으로서 밴스 상원의원은 적합한 것 같이 보인다.
촌뜨기 힐빌리의 슬픈 노래와 어울리는 치열하고도 슬픈 투쟁의 주역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미국사회 청년들이 대공감을 해줄 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힐빌리 밴스의 노래는 사실 수많은 한인들에게는 공감은 되지만 그리 큰 반향을 주지 못하는 스토리라인이다. 한인들은 가난 뿐 아니라 영어를 못하는 핸디캡을 가지고도 미국에서 보란 듯이 성공하는 영웅적인 서사를 미 합중국내 모든 50개주에서 차고 넘치도록 만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한때 부통령 후보로도 논의되었던 한인 쟈니 김의 스토리는 밴스의 노래보다 더욱 구슬프다. 아무리 가난해도 영어를 못해 무시당하는 설움은 겪어보지 못한 밴스같은 사람들이 한인들의 설움을 느낄 수 있을까. 대다수 한인들, 특히 올드타이머들 대부분은 미국에서 온갖 멸시와 차별을 이겨내고 살아온 영웅들이다.
이런 인생역전의 이야기가 과연 미국인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트럼프-밴스 파트너십이 이번 대선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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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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