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둘이서 미국으로 이민 온 지도 1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정착까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혼 10년만에 여기서 아들을 낳았고 또 좋은 사람들 덕분에 잘 키우고 있어서 미국생활을 나름 만족하고 또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무엇보다 미국생활은 저의 인식변화에도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한국에 살 때는 나와 다른 사람을 늘 경계해야 할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 했던 것 같아요. 그 다름은 틀림이라고 스스로 결정 내리며 가까이 온 인연을 매몰차게 걷어 냈던 것 같아요.
사랑의 마음으로 맺어진 인연은 그 어떤 다름도 초월한다고 하던데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커녕 준비할 필요도 없다며 속으로 늘 교만했던 거지요. 특히 저에게 전도를 목적으로 물심양면으로 가까이 다가온 기독교 분들에게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대대손손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저를 키워 주신 할머니의 생신이‘부처님 오신 날’이다 보니 더욱 짙은 불교 문화가 집안 곳곳에 베어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기독교 분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세월은 저를 미국까지 데려다줘 많은 기독교인 분들과 인연이 닿게 했네요. 특이하게도 저는 지난 수 년 동안 여기 미국에서 한국 불교대학과 인연이 닿아 경전공부에 깊이 파고 들어 심취해 왔는데 그후 기독교인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이 시기에 만난 몇몇 이웃 권사님들과 인연이 깊어지기 시작했거든요. 저의 마음에 인연 닿는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지요.‘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나와 남은 완벽히 연결된 불이(不二)의 존재다!’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이 똑같다는 걸 알게 되다 보니 권사님들이 때마다 맛있는 음식과 아들이 쓸 물건들을 집 앞까지 배달해 주시며 저에게 보여주신 사랑에 거부감이 더 이상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분들의 진실된 사랑이 온전히 느껴져 마음이 참 포근해졌던 것 같아요.
더 나아가 저도 권사님들처럼 내 이웃과 사회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여기 여성의 창에 글을 쓰고 있기도 하네요. 독자들에게 작은 쉼터가 되길 바라면서요. 또한 틈틈이 아들의 학교 친구들을 불러 놀이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일은 형제가 없는 아들에게도 좋은 일이고 무엇보다 권사님들이 하시는 봉사와 같이 저도 티끌만큼이라도 사회에 작은 보시를 한다는 생각에 저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득 안겨주는 것 같아요.
더욱 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미국에 살지 않았다면 만나는 사람 모두가 나와 정확히 연결된 소중한 존재이고 결국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의 변화는 저에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우리는 자비로 가득한 무한한 공간에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라는 것을요. One people, one world! 그럼 다음주 목요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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