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언론사의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채널까지 심의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 중인 가운데 조선일보와 문화일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담당자들을 불러 의견진술을 들었다. 방송사가 아닌 신문사의 방심위 출석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결국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는 하지 않기로 했지만 야권 위원은 방심위가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까지 심의하려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방심위는 23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조선일보의 유튜브 채널에 1월11일 올라온 ‘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 코너와 문화일보 유튜브 채널의 2월13일자 ‘허민의 뉴스쇼’ 영상에 대해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해당 영상을 한국에서는 볼 수 없게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할지 결정하기 전에 방어권을 주기 위해서다.
해당 영상들은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당시 제기된 정치적 음모론이나 이 대표가 민주당 안에서 ‘정적 죽이기’를 한다는 의혹을 논평해 심의에 올랐다. 적용된 심의 근거는 지난해 뉴스타파를 심의할 때와 같은 ‘사회적 혼란 야기’다.
조선일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경찰이 이 대표 피습 현장을 일부러 제빨리 치웠다는 의혹이 타당하지 않다고 논평했다.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조선일보 자회사 ‘스튜디오 광화문’의 전현석 대표는 “범행 도구가 압수되고 목격자가 많은 등 통상 사건이 명확할 때는 경찰이 현장을 보전하지 않는다”며 “이런 음모론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지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의 오남석 디지털콘텐츠부장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이고 대권주자인데 (경쟁자인 이 대표가) 김 전 지사를 복권 대상에 안 넣은 것 같다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된 것 같다”며 “발언이 과했더라도 해설과 논평에 대해서 여론 시장에서 평가받아야지 법적이나 행정적 제재 대상이 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해당 내용을 진행자인 허민 기자가 직접 취재했다고도 강조했다.
여권 김우석 위원은 “진술 내용이나 진술서를 보면 아주 소상히 납득이 가서 질문은 없다”며 “매체가 워낙 영향력 있으니 앞으로 더 정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지난달 25일 회의 때와 달리 위원들 사이 별다른 토론은 없었고 결국 ‘해당없음’이 의결됐다.
야권 윤성옥 위원은 이와 별개로 의견진술 절차 자체가 ‘언론통제’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윤 위원은 “진보든 보수든 언론 길들이기로 비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사회질서 위반이라며 인터넷 언론을 심의했는데 사례가 남는 것이다. 앞으로 이 조항이 악용될 소지가 있는데 그 단초를 오늘 제공했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사의 보도에만 벌점을 주거나 과징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심의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가 ‘가짜뉴스’라며 심의하려 했지만 인터넷 보도를 심의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월권, 위법이라는 비판을 불렀다. 뉴스타파에도 의견진술 절차를 진행하려 했지만 뉴스타파 측이 거부하면서 불발됐다.
더욱이 방송이 아닌 인터넷에 대한 제재는 국내 정보는 게시글 자체를 삭제하고 유튜브 같은 해외 정보는 한국에서의 접속을 차단하는 방법뿐이어서 논란이 컸다. 결국 사실상 정부기관인 방심위가 기사를 삭제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큰 부담이 됐고, 시정조치를 의결하지 못한 채 신문법 위반이 없는지 검토해 달라며 서울시에 공을 넘긴 상태다. 기자협회보는 방심위가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하는 근거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달 2일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채널 외에도 ‘가로세로연구소’와 ‘신의한수’ 등 보수 유튜브 채널의 영상 등 모두 38건이 함께 심의에 올랐지만 ‘해당없음’이 의결됐다. 이들 영상에는 이 대표 피습이 자작극이라는 등 주장이 담겼다. 심의 민원은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가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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