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까지 만드는 생성형 AI... 1면 기사를 10초 만에

[AI 준칙 마련 시급]
충북일보, 창간기념호 첫 적용
한경, '미드저니'로 편집부 보조

기자업무 상호보완 넘어서는 수준
준칙 마련한 신문사, 19곳 중 2곳 뿐

지역언론이 챗GPT를 활용해 쓴 창간기획을 주요 지면에 배치하고, 일부 대형 신문사는 그래픽·일러스트 제작 등 편집 업무에 미드저니를 적극 도입하는 등 생성형 인공지능(AI)가 뉴스룸 내 성큼 들어왔다. 실험과 가능성 모색 단계를 거치며 AI 준칙 등 언론윤리와 맞물린 활용기준 마련 필요성도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지역일간지 충북일보는 2월21일 창간 21주년 기획을 담은 특집지면 1·2면을 모두 챗GPT가 쓴 기사로 채웠다. <미래가 현실로…“기사 작성해줘” 10초면 완성>, <충북의 현 상황·문제점·미래 발전 방향은> 기사를 통해 ‘현재 언론환경 진단 및 지역신문 대응책’, ‘충북의 현안과 관련해 정치지형 및 총선 전망, 도내 인구감소 해법, 교육환경 개선, 청주 도시발전 계획’ 등에 대해 질문하고 AI가 내놓은 답을 2개 지면에 걸쳐 배치한 형태다. 삽화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의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만들었다.

생성형 AI가 어느새 뉴스룸에 성큼 들어오며 콘텐츠와 제작공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21주년 창간기획으로 챗GPT가 쓴 기사를 주요 지면에 배치한 충북일보의 올해 2월21일자 신문 1면(왼쪽)과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가 신문편집에 적극 활용된 한국경제신문 올해 1월2일자 신년기획 지면.


충북일보 실험은 신문사가 창간기획으로 챗GPT의 답변을 주요 지면에 그대로 실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인간 기자들의 검수가 있었다지만 ‘챗GPT에 물었더니 정치 현안에 이렇게 답하더라’는 기사는 비판받을 여지가 큰 방식이다. 기자와 편집국, 회사 모두 위험을 감수한 결과물은 그럼에도 지역신문이 신기술을 콘텐츠에 활용하려 고민한 시도이자 업무방식의 관성을 역행한 사례로 의미가 있다. 현재 청주시청에 출입하는 김정하 기자의 제안으로 시작된 기획은 실제 충북일보 내부에서 상당 숙고 끝에 추진됐다. 김 기자는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디어 제안 땐 간부들 부담이 매우 컸던 것 같다. 창간기념호인데 AI 답변으로 지면을 채우는 게 적절한지 등 목소리도 있었지만 20여년 간 반복된 방식보다 미래를 말해보는 게 낫지 않냐고 설득했고, 편집국장과 임원진 등도 해보지 않은 시도에 결단해주며 추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기관이나 출입처, 타사에서 1면 배치, 챗GPT 활용을 두고 반향이 나와 뿌듯했다. 개인적으론 좋은 답을 위해선 질문을 잘해야 하고, 10초 만에 기사가 나오는 편의성, 현안과 관련해 익숙한 진단에서 벗어난 시선을 배운 경험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충북일보 편집국장도 “다소 피상적인 답이 나왔지만 주제 자체가 ‘저출산 대책’, ‘미래사회 발전’처럼 범용적이어서 가능하다고 봤다. 리스크는 있지만 관심을 끄는 실험 성격에 의미를 두자 했다. 기자 업무환경에서 많은 부분이 대체, 상호보완 가능하다는 걸 조직이 체감한 계기가 됐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편집국 메커니즘에 접목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현 가능한 부분을 모색해보려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올해 1월 창간 60주년 신년기획을 계기로 지면제작을 맡은 편집부가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는 변화를 맞았다. 총 10회차 ‘디지털 휴이넘이 온다’ 기획엔 편집기자가 미드저니를 이용해 만들어낸 이미지가 매회 포함됐다. 통상 미술·디자인팀에 일러스트를 요청해 결과물을 받아 제작했다면 이번 기획에는 다른 공정이 수반됐다. 올 초 미드저니 생성 이미지로 ‘CES 2024 한경무크’ 표지를 제작, 여러 버전을 선보이면서도 발행 기간을 단축하기도 했다.


당시 직접 이미지 생성, 지면 편집을 한 서희연 한국경제 편집부 차장은 “보통 그림이 필요할 땐 미술팀 기자에게 요청하고 수정 과정을 거치며 며칠이 걸리는데 당시 미드저니를 쓰고 조금씩 명령어를 바꿔 수정하며 10분 안에 수십 장 이미지를 얻는 등 업무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며 “‘게티이미지’를 쓰는 대신 생성 AI를 쓰는 게 자리 잡았고, 특히 사진으로 대체 불가능한 그림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인포그래픽의 경우 기존 미술기자들이 다 직접 그렸다면 지금은 미드저니 기반 이미지에 표를 넣는 식으로 부담을 덜어준 측면도 있다”고 했다.


해당 기획 이후 이미지 생성 외 업무 프로세스 곳곳에 AI가 깃들었다는 평도 나온다. 서 차장은 “1~2일마다 한 건씩은 생성 AI 이미지가 쓰이는 것 같다. 아직 제목을 뽑아줄 정도는 아니지만 편집부 중간 정도인 제 연차 이하 젊은 기자들은 제목달기 전 챗GPT나 클로바X로 요약을 해보는 등 거의 일상적으로 쓰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신문 산업이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신문이 AI 시대에 맞게 변할 수 있고, 영역을 찾아 접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체감을 한 게 큰 의미”라고 했다.


언론 산업 전반을 뒤흔들 신기술 도입 초기, 뉴스룸이 생성형 AI를 도입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공정 영역을 고민하는 일은 타당하고 바람직하다. 다만 이런 AI 실험이 야기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와 맞물려 활용기준을 마련한 사례는 드물다. 특히 편집부는 공통적인 인력난 속에 AI 도입 여지가 크고, 취재부서와 비교해 AI 생성물이 곧장 최종 결과물이 될 소지가 높은 곳이란 점에서 가이드라인·준칙 필요성이 시급한 쪽이다.


실제 3월29일자 한국편집기자협회보는 AI 시대, 편집부 현재를 고민한 세미나 관련 기사에서 “인력 부족에 AI 활용이 많다. 시대 흐름이라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응과 함께 편집기자들의 우려를 담았다. 아직 이른 진단이지만 윤리적 고민 없는 AI 편집은 첨예한 사안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이에 편집기자가 “최후 보루가 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기자 개인의 태도에서 나아가 언론사의 기준 마련이 정립돼야 하는 지점이다. 최근 한국일보가 국내 언론에서 최초로 AI 준칙을 마련했지만 이례적인 경우다. 지난 2월 한국신문협회보는 생성형 AI를 활용 중인 응답 신문사 19개사 중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곳은 2개사에 불과하다는 설문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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