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선물을 아마존에 주문한 60대 한인. 며칠 뒤 아마존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주문한 상품이 배송 도중 교통 사고로 손상됐다는 것이다. 결제한 대금을 환불받으려면 보내는 사이트에 들어갈 것을 요구한다. 가끔 아마존을 이용하지만 이런 일은 처음. 지시 대로 따르려다 혹시 해서 전에 아마존에서 보내왔던 주문 확인 이메일과 대조해 본다. 주문 날짜가 하루 차이 나고, 주문 번호도 다르다. 발신처를 보니 외국 어느 나라의 전화번호로 나와 있다.
소포가 와 있는데 정확한 주소를 몰라 보관하고 있다며 연락하라는 사기는 이미 고전, 지금은 속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이런 문자를 받았을 때는 긴가민가 하게 된다. USPS(연방 우정국)나 세관 등을 사칭하는 짓거리가 그럴 듯하기 때문이다. 이 텍스트가 온 날, 동네 우체국에 들러 창구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런 문의를 아침 나절에만10여 건 받았다고 한다. 문의하는 사람은 거의 시니어들. 신상 정보나 돈을 노리는 전형적인 스캠들이다.
또 다른 사이버 범죄, 해킹은 성업 중이다. LA한인 CPA는 얼마 전 무심코 사용한 와이파이 때문에 피해자가 됐다. 컴퓨터 세계의 인질강도라고 할 랜섬웨어를 당한 적이 있어 평소 사이버 시큐리티에 신경을 쓰고 있었으나 이번 해킹으로 10만달러 이상이 인출됐었다. 기민한 대처 덕에 피해액 대부분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하나 이메일까지 해킹 당해 애를 먹었다. 집요한 해커는 패스워드를 바꿔도 침투해 들어왔다. 그의 이름이 들어 간 구좌는 모두 폐쇄한 후 새로 개설했다고 한다.
동 유럽을 여행하면서 호텔 와이파이를 이용한 것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보안장치가 허술한 숙박업소, 특히 외국여행 중 업소 제공 와이파이나 공항 등 공공 시설 와이파이는 해커들의 밥상으로 알려져 있다. 여행할 때는 묵묵히 여행만 하는 것이 최선. 소셜 미디어 사용 등은 자제하라는 충고다. 여행지 사진 등을 꼭 실시간 중계할 필요가 있을까. 출장 갈 때는 은행 이메일을 쓰지 못하게 하는 한인 은행도 있다. 사이버 시큐리티 때문이다.
대형 소매체인 등에서 고객의 신상정보가 털렸을 수 있다는 통지를 받을 때도 있다. 해킹 당한 경위, 주의사항, 대처법 등을 알려 오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겨우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난감하다. 해커 님의 처분만 기다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정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 정도가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한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인 셋 중 한 사람이 여러 유형의 사이버 범죄 희생자라고 한다. 5년 전 넷 중 한 사람이었던 데 비해 크게 늘었다. 범죄 피해는 바깥 세상 보다 온라인에서 더 보편화 된 듯하다.
AI 시대 사이버 범죄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교묘한 새 유형이 끊이지 않고 등장한다. 병을 자랑하듯 온라인 범죄 피해도 주위에 적극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피해확산을 막는 길이다. 은행 구좌는 정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컴퓨터 운영체제(OS), 앱, 브라우저,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 등도 수시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 가짜 사이트에서 구매하지 않도록 URL, 연락처 등을 잘 살펴 진위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 사이버 범죄를 당하면 즉시 은행과 크레딧 카드 회사에 알리고, 주무 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에도 신고(ReportFraud.ftc.gov)할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 온라인 사기와 강도가 판치는 사이버 폭력 시대에 살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 같다. 매사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 예방에 도움이 될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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