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제명에 고발까지…권익위 간부 사망에 신경전 '격화'
입력: 2024.08.21 00:00 / 수정: 2024.08.21 10:45

전현희 제명안 제출되자 野 송석준 제명 맞불
혁신당 이어 민주당도 정승윤 고발 검토
野 정무위원 "국조·국감서도 진상규명"


국민권익위원회 간부의 죽음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극심해지고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과 송석준 국민의힘 법사위원이 14일 법제사법위원회, 검사(김영철)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국민권익위원회 간부의 죽음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극심해지고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과 송석준 국민의힘 법사위원이 14일 법제사법위원회, 검사(김영철)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극심해지고 있다. 여야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추진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정무위원회 차원에서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사건을 둘러싼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A씨의 사망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 A씨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의 조사를 담당해오던 인물로 지난 8일 오전 9시 50분께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김 여사의 명품백 사건이 종결 처리되자 주위에 "괴롭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A씨가 사건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진상규명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정무위원회 소속 야3당 의원들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명품백 사건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를 주장했다. 이들은 "고인은 사건이 종결 처리된 것과 관련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는 취지로 지인들에게 하소연했다고 한다"며 "조사와 종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부당 외압이나 업무 지시가 있었는지, 권익위를 정치 도구로 전락시킨 이들은 누구고,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배후는 누구인지, 누가 양심에 반하는 일을 종용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당은 사건 이후 사의를 표명한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지난달 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 종결 처리한 의결서 전문을 공개하는 정승윤 부위원장. /임영무 기자
이어 혁신당은 사건 이후 사의를 표명한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지난달 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 종결 처리한 의결서 전문을 공개하는 정승윤 부위원장. /임영무 기자

이어 혁신당은 사건 이후 사의를 표명한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신장식 혁신당 의원은 지난 13일 "권익위가 종결에 반대한 위원들 의견을 배제하고 단순 내용으로만 의결을 처리하도록 압박했다면 명백한 직권남용 행위로 규정할 수 있다"며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고발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고인의 죽음을 정쟁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야권의 청문회 개최 요구에도 선을 긋고 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13일 "아무리 정권 흔들기가 급하더라도 정치가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며 "김건희 여사 가방 사건과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관련 질문을 무한 반복하며 취조하듯 밤늦게까지 권익위 공무원들을 몰아세운 것이 민주당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여야의 신경전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사 탄핵 청문회를 기점으로 더욱 거칠어졌다. 권익위원장 출신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A씨의 죽음이 김 여사의 명품백 사건과 관련됐다며 "권익위 수뇌부가 김건희·윤석열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유능하고 강직한 공직자 한 명이 억울하게 희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본인은 (간부의 죽음에) 기여를 안 했나"라고 언급하자 전 의원은 "김건희가 살인자다. 김건희·윤석열이 죽인 거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전 의원의 '살인자'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참여한 전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고, 민주당도 송 의원이 A씨의 죽음을 정쟁으로 활용했고, 동료 의원에게 망언을 했다며 마찬가지로 제명안을 제출해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전 의원의 살인자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참여한 전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전 의원의 '살인자'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참여한 전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뉴시스

19일 유철환 권익위원장이 "사건 처리와 관한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 표명은 대치를 더욱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유 위원장은 "권익위는 합의제행정기관으로서 신고 사건은 위원회 심의, 의결 결과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 내부 압박이 있었다는 부분은 들은 바도 없고 보고받은 바도 없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고인과 유족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정쟁으로 인해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유족들이 더 깊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부디 정쟁을 중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인의 사인에 대해서는 이미 경찰에서 밝혀졌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자체 조사가 시급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에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권익위는 의혹 은폐 전담 기관으로 전업했나. 김 여사에 대한 엉터리 조사로 국민 지탄을 받으나 진상조사를 아예 거부하겠다는 파렴치한 태도"라며 "유 위원장의 진상조사 거부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권익위의 민낯을 똑똑히 보여준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사건과 관련한 청문회나 현안질의를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거부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국정조사나 10월 예정된 국정감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끝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진상규명을) 하고 싶지만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일단은 국정조사나 국정감사가 있을 것이고 모두 검토하고 있다. 유가족분들과도 소통을 하고 있어서 이 내용을 어떤 형태로 펼칠 거냐는 논의가 조금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혁신당에 이어 민주당 정무위 차원에서도 정 부위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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