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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 낳은 전기차 화재 공포, '입체적'으로 막는다

[혁신! 교통안전]TS 김천첨단차검사연구센터 르포
'D-98' 전기차 화재 대비해 배터리 검사 강화
충전용 기계식 주차장 개발 …자율주행검사도

지난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약 8시간 만에 진화되면서 무려 480가구가 피해를 봤다.

이후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전기차 내부 전자 장치, 배터리, 자율주행시스템 등의 검사 고도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더군다나 내년 2월엔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도 시행도 앞두고 있다. 지난 8일 TS 김천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에 방문해 더욱 꼼꼼해진 전기차 안전 검사 과정을 엿보고 왔다.

지난 8일 김천 TS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에서 시연한 전기차 하부 스캐닝. 스캐닝으로 배터리 흠집, 타이어 트레드 등을 점검할 수 있다./촬영=채신화 기자

전기차 '겉·속·기능'까지 검사

이날 방문한 김천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에서는 관능검사(맨눈으로 점검)부터 전자 장치, 배터리, 자율주행 기능 등 전기차 전반의 안전을 검사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첫 단계는 관능검사였다. 육안으로 보이는 사항들을 기본적으로 점검했다. 그다음은 전자제어진단시스템 '카디스'(KADIS)를 통해 내부 전자 장치와 배터리 등을 진단했다. 

김용국 김천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 첨단검사기술처 부장은 "자동차관리법 제32조에 의해 제조사로부터 차를 만들고 6개월 안에 통신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받아서 전자 장치, 배터리 등을 진단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구에 카디스를 꽂으면 바로 통신 기기에 연결돼 PC 등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고전압, 속도제한장치, 배출가스점검 등의 정상 여부가 뜨고 과거 고장 이력 등도 볼 수 있다. 전기차배터리검사(BMS)도 가능하다. 

현재 민간 검사소 1892곳, 공단검사소 60곳에서 카디스 진단기를 보유하고 있다. TS는 BMS를 위한 카디스 진단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카디스 진단이 끝나면 하부 카메라가 있는 곳까지 차량을 이동시킨다. 

바닥에 달린 카메라로 차체를 스캔해 배터리, 타이어 트레드(도로와 접촉하는 타이어의 고무 부분) 등을 확인한다. 김 부장은 "전기차는 하부에 배터리가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 흠이 있는지를 본다. 배터리에 흠이 생기면 절연이 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엔 차량을 차대 동력계로 이동시킨다. 이는 롤러 위에 자동차의 구동륜을 올려놓고 이를 구동시켜 출력이나 전동 기구의 효율 등을 측정하는 장치다. 전기차 부하 검사 단계에서 쓰인다.

전기차 배터리를 정밀 점검할 수 있는 카디스(KADIS) 시연 모습/사진=채신화 기자 

김현준 김천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 첨단연구개발처 차장은 "배터리는 온도가 가장 민감한 요소기 때문에 최저·최고 온도에서 각 배터리의 셀 온도가 고르게 제어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며 "이 장비는 2023년 4월 개발하기 시작해 1년여 만에 시연을 보여줄 정도가 됐다"고 했다.

마지막 단계는 'X-로드 커브(첨단장치 테스트베드)' 시험이다. 차간 거리 유지 시스템, 긴급 제동 장치 등이 잘 작동하는지 특정 상황을 가상 시험(시뮬레이션) 해보는 방식이다. 

시연 차량에 탑승해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LDWS) 및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 시나리오를 체험해 봤다. 60km 이상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충돌 직전의 상황에 닥쳤을 때 자동긴급정지시스템(AEB)이 정상 작동하는지를 확인했다. 

조수석에 타서 전면에 스크린 화면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트럭이 튀어나오고, AEB 시스템이 작동하며 차량이 급정거한다. 시연자는 "트럭 등 대형차의 뒤를 따라가고 있을 땐 운전자가 전방의 상황을 알기 어렵다"며 "만약 앞서던 트럭이 차선을 변경해서 사라졌는데 그 앞에 사고 차량이 멈춰 있으면 충돌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EB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면 이런 예상치 못한 충돌 상황에서 자동으로 제동해줄 수 있다"며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장치기 때문에 검사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TS에 따르면 X-로드 커브 시스템은 한국이 최초로 설치했다. 센터 관계자는 "독일도 이 검사 장비들을 기술 개발중이라 공단이 독일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서 국제 표준화도 하고, 자율 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검사 기술을 고도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첨단장치 테스트베드 시연 모습. 전방 충돌에 따른 AEB(자동긴급제동장치)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촬영=채신화 기자

'D-93일'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

김천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엔 전기차 충전용 기계식주차장도 설치 중이었다. 2022년 정부 과제로 선정돼 2026년까지 4년에 걸쳐 총 80억원을 들여 주차장 개발 및 실증 연구하고 있다.

전기차 동시 충전이 가능한 50대 규모의 주차타워용 600kW급 자동충전시스템이다. 국내 최대 사양의 대형 기계식 주차장으로, 운전자가 승하차장에 차량을 입고하면 기계 장치가 주차구획으로 이동시키는 오토 발렛 시스템이다. 

기존 기계식 주차장은 전기차 충전 시설이 없다. 전기차 충전용 기계식 주차장엔 화재 진압 침수수조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만약 충전 중이거나 주차 중인 전기차에 화재가 나면 수조의 뚜껑을 열고 화재 차량을 넣어 바퀴의 3분의 2를 물에 담근다. 

현재 설비는 준공된 상태로 12월에 충전 시설, 로봇 등도 들어온다. 차량이 진입하면 로봇이 나와서 충전구를 열어 충전을 시작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충전 상황을 보여준다. 충전이 완료되면 대기장소로 보낸다. 급속 충전이라 1대에 30분이면 충전이 완료되고 동시에 8대까지 충전할 수 있다. 

TS자동차안전연구원은 내년 2월17일(예정)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도 시행을 앞두고 시범 사업 및 하위법령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자기인증 전에 배터리 제조사 등이 안전성능시험을 통해 배터리의 안전성을 정부로부터 인증받는 제도다. 

600kW급 자동충전시스템 기계식 주차타워에 설치된 수조 시설. 주차장 내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차량을 수조 시설에 넣어 불을 끈다./사진=채신화 기자 

차량 안전성을 정부가 직접 확인하도록 체계가 전환되는 건 20여년 만이다. 국내에선 지난 2003년부터 제작사 스스로 자동차가 안전 기준에 적합하게 제작됐는지 여부를 확인해 판매하는 자기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기인증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캐나다에서만 시행 중이다.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도가 시행되면 전기승용차뿐만 아니라 전기버스, 전기화물자동차, 전기이륜자동차의 배터리도 안전성능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시험은 TS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총 12개 항목에 대해 진행한다. 국제 기준보다 항목이 2개 더 많다. TS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지난달부터 광주친환경자동차인증센터의 인프라를 활용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전기차 안전기준도 강화한다. 올 11월 BMS 성능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전기차 검사는 BMS 검사를 의무화한다. 항목은 8종이다. 2025년 상반기 시행 예정이다. 부적합 기준도 강화한다. 

최동석 TS 자동안전연구원 센터장은 "최근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배터리 안전 등이 크게 주목받긴 했지만, 이미 2022년부터 관리 체계 마련을 준비 중이었다"며 "하위 법령 준비 등을 통해 인증 제도 현실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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