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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구지은 끌어내렸다…아워홈 미래 '안갯속'

임기 만료 앞둔 구지은 연임 실패
구미현 신규 대표이사 선임 가능성
자매 '협약' 위반 놓고 소송 갈듯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이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과 언니 구미현 씨에게 밀려 결국 경영권을 잃었다. 이사회를 장악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아워홈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3년간 회사를 이끈 구지은 부회장이 물러나고 이사회가 완전히 물갈이 되면서 아워홈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이사회 교체 성공한 구본성

아워홈은 31일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 씨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2개의 안건을 가결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과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부결됐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상정했던 자기 주식 취득의 건도 부결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구미현 씨를 설득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구미현 씨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구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은 이번 주총에 상정되지 않았다. 기존 사내이사인 구지은 부회장과 언니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의 임기는 다음달 3일 끝난다.

이로써 아워홈 이사회는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 그리고 구재모 씨 등 3인 체제로 완전히 교체됐다.

아워홈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신규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사회 개회 시기는 기존 이사진의 임기가 만료되는 다음달 초로 예상된다. 새 대표이사에는 구미현 씨가 거론된다. 그가 직접 자신이 대표이사에 오를 것이라고 통보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구미현 씨는 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 30일 오전 "본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주주들에게 보냈다.

9년째 이어진 남매 전쟁

아워홈 오너 네 남매 중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간의 경영권 분쟁은 9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아워홈 경영에 먼저 참여한 구지은 부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지난 2015년 부사장직을 내려놨다. 이 때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이 처음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 기간 셋째 구명진 전 대표는 계속 막냇동생의 편을 든 반면, 둘째 구미현 씨는 오빠와 동생 사이를 오가며 판도를 좌지우지 했다. 구미현 씨는 처음에는 오빠의 편을 들어 동생의 경영 복귀 시도를 번번히 무산시켰다. 그러나 2020년 구본성 전 부회장의 '보복운전' 논란이 터졌고, 구미현 씨는 이듬해 동생 구지은 부회장 편으로 돌아섰다. 이 때 구미현 씨, 구명진 전 대표, 구지은 부회장 등 세 자매는 협약을 맺고 구본성 전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퇴출시켰다.

하지만 구미현 씨는 2022년 돌연 구본성 전 부회장 편으로 다시 돌아섰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동생 구미현 씨에게 회사 지분을 매각하자는 제안을 했고 구미현 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같은해 임시주총을 통한 이사회 교체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들은 2년여를 기다려 올 3월 정기주총에서 결국 이사회를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구미현 씨와 남편 이영렬 전 교수를 신규 사내이사진에 올리면서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전 대표의 재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날 열린 임시주총은 신규 이사를 추가하기 위해 진행된 후속 조치다. 상법에 따라 이사회에는 3명의 이사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임시주총에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의 배당 가능 이익을 활용해 1년 내에 자사주 1401만9520주(전체 지분의 61%)를 사들이겠다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였다.

아워홈은 구본성 전 부회장(38.6%), 구미현 씨(19.3%), 구명진 전 대표(19.6%), 구지은 부회장(20.7%) 등 네 남매가 98%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모두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해 반드시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한다. 구지은 부회장은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서는 것을 막기 위해 그의 지분을 사들이고자 자사주 매입 안건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이 안건이 부결된 것은 구미현 씨가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지은 체제의 아워홈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는 대신, 오빠 구본성 전 대표와 외부에 지분을 매각하는 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정으로

구지은 부회장 측이 마지막으로 꺼내들 카드는 '소송'이다. 2021년 구미현 씨, 구명진 전 대표가 맺은 협약을 근거로 구미현 씨가 이 협약을 어겼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세 자매는 2021년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을 아워홈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체결한 협약에서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자고 합의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개인당 300억원의 위약금을 내기로 돼있다. 구미현 씨가 이번 지난 3월 정기주총과 이번 임시주총에서 구지은 부회장, 구명진 전 대표와 뜻을 달리했기 때문에 이 협약을 위반했다는 것이 구지은 부회장 측 주장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이 협약을 무기로 이미 한 차례 구본성 전 부회장 측에게 승소를 거둔 바 있다. 지난 2022년 구미현 씨가 돌연 구본성 전 부회장 측으로 돌아선 뒤 이들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이사회를 꾸리려고 시도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2021년 세 자매의 협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해 구미현 씨의 의결권 행사를 막았다.

아워홈 노조가 5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문제는 이 협약이 현재도 유효한지 여부다. 구지은·구명진 측은 이 협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구미현 씨는 협약이 종료됐다고 보고 있어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아워홈은 당분간 더욱 흔들릴 전망이다. 신규 이사진 모두 아워홈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구미현 씨와 구본성 전 부회장은 외부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이번에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현재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아워홈 내부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다. 장덕우 아워홈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새롭게 구성된 경영진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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