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Beasts of a little land)’을 단숨에 읽었다.
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인 ‘야스나야 폴랴나’상의 해외 문학상을 받은 김주혜 작가 작품이다. 톨스토이 문학상은 2003년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을 기념하여 제정된 러시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작가 김주혜는 1987년생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9살에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주해서 살았다. 독립운동을 한 외할아버지에 대하여 많이 듣고 자란 작가는 그 이야기가 이 소설의 모티브라고 했다.
소설은 깊은 산속에서 짐승을 쫓던 사냥꾼이 일본인 장교를 호랑이의 공격에서 구해주며 시작된다. 줄거리는 1917년부터 1965년까지 한국에서, 그 시대의 역사적인 사건 속에서 삶을 살아갔던 사람들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옥희라는 여인이지만 네 명의 여자와 네 명의 남자 인생 여정을 보여준다.
가난한 시골집의 맏딸인 옥희는 기생집에 들어가게 되고, 일련의 사건으로 경성에 가게 되면서 그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옥희는 그녀의 친구와 친구 언니, 그리고 친구 이모와 같이 살며 기생으로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다. 기생 수업을 받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떠지고, 그 시대에 외부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그들은 사회 활동을 많이 한다. 기금을 모아 상해에 보내서 독립운동을 돕고, 3.1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학교 설립에 도움을 주려고 자선 공연도 한다.
경성 부자이며 친일파인 남자와 시골 지주의 아들이지만 독립운동을 하는 남자, 그들이 제 1 세대를 대변한다. 그다음 세대로는 기생 옥희의 도움으로 학교를 졸업하지만, 출세와 체면을 위해 그녀를 버리는 남자와 거지 생활을 하다가 깡패가 되고, 어찌하다가 독립 운동하는 사람 수하에 들어가 그를 돕게 되는 젊은이가 그 다음 세대를 대변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서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절망하며, 그러면서도 열심히 삶을 살아가지만, 그 인생 끝에 서 있는 자리는 결국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작가는 옥희의 독백을 통해 말한다.
-삶은 견딜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 볼만 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향에 돌아간 듯,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시대 배경 때문일까? 마치 춘원 이광수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원작이 영어로 쓰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유려하여 한국말 번역본인 것을 잠시 잊을 정도이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눈 내리는 숲속을 헤매는 사냥꾼처럼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다. 작은 땅에서도 호랑이의 기세를 품은 우리 한국인이라고, 그렇게 믿게 된다.
이민 제 1.5세대인 김주혜 작가가 매우 자랑스럽다. 그가 세계적 문학가로 더욱 우뚝 서기를 성원하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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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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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한국인들은 각자도생은 이나라저나라에서 잘들하는데 모아놓으면 맨날 쌈박질 일꼬 고래소 통일도 못하고 미쿡한테 이리치이고 저리차이고 어차하면 도만갈 것도 모르고 그저 무조건 믿고 따르고 앵무새처럼 미쿡의 대한민국에대한 의견을 그대로 지꺼리고 허허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