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일혁명’ 불러온 소규모 모험적 시추업체 사라지고 거대기업으로 대체
▶ 시추구 늘리기보다 효율성·주주환원 관심… ‘생산확대’ 트럼프 공약과 배치
거대 에너지기업 위주로 재편된 미국 셰일오일 산업의 성격 변화가 미국 내 '셰일 붐' 재현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에너지 계획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최대 셰일오일 유전지대인 퍼미안분지에서 엑손모빌,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등 3개사가 차지하는 원유 생산 비중은 지난 7월 기준 이 지역 전체 생산 비중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반면 2014년에는 상위 30개 생산업체의 생산량을 다 모아야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WSJ은 소개했다.
미국 셰일 업계는 2010년대 '셰일 혁명'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바 있다. 일명 '와일드캐터'(Wildcatter)라고 불리는 모험적인 소형 시추회사들이 난무하며 경쟁적으로 시추구를 늘렸다.
하지만 셰일 붐이 꺼지면서 미 셰일 업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고, 와일드캐터가 사라진 자리는 엑손모빌과 같이 강한 규율을 받고 이익의 주주환원을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는 거대 에너지 상장기업들이 차지하게 되는 결과로 귀결됐다.
2022년 1월 기준 퍼미안분지 석유 시추구의 약 절반이 비상장 기업 소유였다면 최근엔 이 비중이 25%로 줄었다고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이스트딜리 애널리틱스의 롭 윌슨 애널리스트는 전했다.
셰일 붐이 꺼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월가 투자자들 역시 이익을 생산 확대에 사용하는 것보다는 주주들에 환원하도록 압박하는 데 일조했다.
이에 따라 미 석유산업은 하루 생산량을 900만 배럴에서 1천300만 배럴로 늘렸던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와 같은 성장세를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국제유가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반등했지만 대기업 위주로 재편된 미 셰일 업계는 과거 소형 시추업체들이 해왔던 것처럼 시추구를 늘리는 데 치중하기보단 생산 효율화와 주주환원 정책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 셰일 유전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데다 셰일 시추공법에 필요한 전력 확보가 쉽지 않고 시추 과정에서 사용된 오염수의 처리 문제가 부상한 것도 '셰일 붐' 재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월가도 미국 내 석유 생산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JP모건체이스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2029년 하루 1천350만 배럴로 현 수준 대비 3.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엑손모빌에서 퍼미안분지 생산을 총괄하는 리차드 딜리는 "우리가 과거 봐왔던 폭발적인 성장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셰일오일 시추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미국 내 석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약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셰일 업계 출신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에너지 장관에 지명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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