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룰’(Hama Rules)이란 말을 기억하고 있는가. 뉴욕 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책의 제목이다.
1982년 2월 시리아 반란세력인 이슬람 형제단의 거점인 하마시가 완전 봉쇄됐다. 그리고 무차별 공격을 펼쳐졌다. 그 결과 최소한 2만5000명(국제사면위 추산)이 학살됐다.
그리고 몇 달 후 당시 시리아 대통령인 하페즈 알아사드는 그 현장을 공개했다. 반란은 꿈도 꾸지 말도록 극도의 공포를 심어 주기 위해서였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 설사 전 국민을 학살하더라도. 그것이 ‘하마 룰’이라고 프리드먼은 기술했다.
그리고 18년 후 하페즈 알아사드는 사망한다. 권력은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에게 바로 세습됐다. 시리아의 6대 대통령에 취임한 것.
바샤르는 집권초기에는 개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장기집권 토대를 만들기 위해 선대의 ‘철권통치’를 답습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해야 하나, 세습권력의 ‘극악한 본색발로’라고 할까. 아랍의 봄과 함께 발생한 시리아내전 과정에서 그는 아버지 하페즈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잔인성을 과시했다.
무차별적 자국민 학살로 100만이 훨씬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난민이 됐고 해외로 탈출한 사람만 600만이 넘는다.
이런 와중에 하페즈 알아사드정권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화학무기 공격을 저지르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선대의 교훈, ‘하마 룰’에 충실(?)했던 것인지….
이런 반인륜범죄를 저지르고도 알아사드는 권좌를 유지해왔다. 푸틴 러시아와 이란, 그리고 헤즈볼라의 지원에 힘입어서다, 그래서 따라 붙은 별명이 ‘중동의 불사조’였던가.
그 불사조가 결국 반군에 쫓겨 러시아로 달아났다. 뒷배를 봐주던 러시아와 이란이 발을 빼자 알아사드 세습독재아성은 54년 만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이와 함께 처절한 굴욕을 맞보게 된 것은 러시아의 푸틴이다. 우선 당장의 전략적 손실만 해도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거기에다가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말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십 수 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귀결됨으로써 중동지역, 인도양, 더 나가 아프리카지역 진출의 주요 교두보인 시리아내 러시아군 기지를 영구 상실하게 됐다. 푸틴의 야망달성에 필요한 부동항을 모두 잃은 것이다.
시리아내전 개입과 함께 새로 미국의 대안 세력으로 떠올랐던 푸틴의 위상은 한 때 중동지역에서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온건 아랍국들은 물론, 이스라엘까지 푸틴의 눈치를 보던 게 얼마 전까지 중동의 정치현실이었다. 그게 이제는 ‘아득한 옛일’이 되고 만 것.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됐나. 자업자득의 결과로 보인다.
‘시리아에서는 이미 승리를 거두었다. 그 여세를 타고 우크라이나도…’- 이런 망상에 빠져 저지른 것이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러시아군의 엄청난 전력손실에, 엉망인 경제, 그런 결과만 가져 왔을 뿐이다. 누워서 침 뱉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시리아사태로 푸틴 러시아의 허약성은 또 한 번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런 마당에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협상을 놓고 어떤 자세로 나올까. 관심은 여기에 쏠리고 있다.
더더구나 협상대상은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길이 없는 럭비공 트럼프다. 그러니 벌써부터 구구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왜…’- 한탄가운데 잠 못 이루는 밤의 연속이 푸틴의 요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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