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공연 문화의 산실 '학전'을 이끌어온 가수 겸 공연 연출가 고(故) 김민기가 영면에 들었다.
24일(한국시간 기준)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민기의 발인이 엄수됐다. 이날 발인에는 유족을 비롯해 고인과 생전 인연을 맺은 동료와 후배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 행렬은 장지로 향하기 전 아르코꿈밭극장으로 향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고인이 생전 33년간 이끌어온 소극잔 학전이 있던 곳이다. 유족은 고인의 영정을 안고 소극장 안에 들어갔다가 다시 운구차로 향했다. 운구차가 소극장을 빠져나가자 누군가는 "사랑합니다. 선배님"이라고 외쳤다. 배우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배성우, 김대명, 가수 박학기, 박승화, 이적, 알리 등이 고인의 노제를 지켜보며 눈물을 훔쳤다.
한편 고 김민기는 지난 21일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지난해 가을 위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73세.
학전 측에 따르면 고 김민기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특히 조카이자 학전의 김성민 팀장에게 "고맙다" 등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의 비보에 연예계도 큰 슬픔에 빠졌다. 가수 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회장 박학기는 "형님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평안하세요"라며 김민기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가수 이적도 "형님 하늘나라에서 맥주 한잔하시면서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배우 고현정 역시 "너무 슬프고 먹먹하다. 어쩌지, 마음이 마구 꿀렁거린다, 울렁거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슬픔 속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가수 알리와 윤도현도 추모글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추모에 동참했다. 윤 대통령은 "역사는 선생님을 예술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상록수보다 푸르고 아침이슬보다 맑은' 김민기 님은 멀리 떠났지만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1951년 전북 익산 출생인 고 김민기는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한 1970년 친구 김영세와 포크 듀오 '도비두'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아침이슬'을 담은 솔로 1집을 발표했다. 같은 해 가수 양희은도 '아침이슬'을 불러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 노래는 1970년대 당시 억압된 정치 상황을 은유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다른 그의 노래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도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고 김민기는 대학로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1991년 소극장 학전을 개관해 '지하철 1호선', '의형제', '개똥이' 등을 무대에 올렸다. 학전 출신으로는 가수 고 김광석, 윤도현 박학기, 배우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조승우, 장현성 등이 있다. 하지만 학전은 고인의 건강 악화와 경영난 등으로 개관 33주년인 올해 3월 폐관했다.
고인의 유해는 천안공원묘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스타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김민기 대표님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이제는 본인이 아침이슬처럼 빛나시길…
그렇게 잘나가는 배우들을 양성해내면 뭐하나…잘나가는 그들이 조금씩만 기부해서 역사를 지켜냈더라면 경영난에 문을 닫았을까? 누구하나 지켜낼려고 나섰더라면…극단시절 새우깡에 소주만으로도 감사하고 공연할수 있음에 만족했었던 때를….너무 아쉽네요.. 잘 나가는 배우님들! 혼자서만 열심히 건물 사들이지말고 주변을 돌아봐주세요…학전이 다시 돌아올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