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타운 환경 해치는 ‘유령 건물들’
▶ 불탄 구 동일장 건물 등 건물 외벽엔 온통 낙서
▶홈리스 거주 화재 빈발
▶공터까지 20여곳 넘어
오랫동안 비어 있다 지난 14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8가의 구 동일장 건물(위쪽 사진). 오른쪽은 올림픽 선상에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는 신축 아파트 모습. [박상혁 기자]
#22일 오전 LA한인타운의 간선도로인 올림픽과 켄모어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올해 들어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아파트 건물은 온통 갱단들의 낙서로 범벅이 돼 있고, 외벽 공사를 마치지 못한 건물은 금세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지난 14일 아침 대형 화재가 발생해 건물 내부가 전소된 LA한인타운 8가와 호바트의 구 동일장 건물. 식당 입구로 사용하던 정문이 반쯤 열린 상태에서 건물 안은 화재로 무너져 내린 잔해가 가득하지만 주변엔 출입을 막는 펜스 조차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LA 한인타운 곳곳에서 야심차게 추진되던 재개발 프로젝트들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착공이 연기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유령 건물’로 불리는 빈 건물은 올림픽과 윌셔, 8가 등 주요 간선도로에만 줄잡아 10여곳에 이른다. 여기에 재개발을 위해 기존 건물을 허물고 공터로 남아 있는 곳도 10곳 이상이다.
인근 상가와 주택의 치안상황은 악화됐고 빈 건물과 공터를 점령한 홈리스들이 전기를 불법으로 끌어들여 사용하다 대형 화재로 번지는 사례도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 14일 화재로 불탄 구 동일장 건물의 매니저와 주변 업주들은 노숙자들의 침입으로 인한 화재가 의심된다고 입을 모아 전했다. 업주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동일장이 폐업한 이후 비어 있는 건물에 1년 전부터 노숙자들이 뒤쪽에 구멍을 내고 침입, 건물 내에서 마약을 하고 불을 지펴 밥을 해 먹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초 이 건물은 한인 부동산 개발사인 ‘찰스 박 & 어소시에이츠 LLC’가 지난 2018년 유대계 건물주로부터 2,000만 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에는 이 건물에 251개 아파트 유닛과 1층 상가로 구성되는 8층 주상복합 신축 계획안이 LA 시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인근 8가와 하버드 코너 구 만수 식당의 건물과 주차장에도 객실 16개 규모의 5층짜리 소형 호텔 ‘더 허브’ 프로젝트가 지난 2020년 승인을 받았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신축 현장도 심각하다. 올림픽과 켄모어 남동쪽 부지를 새로 매입한 투자그룹 ‘3440 O 컨소시엄 LLC’가 아파트를 신축키로 개발 계획을 변경했다.
2020년 건축에 필요한 융자를 받은 투자그룹은 2022년 7층 126개 유닛으로 구성되는 아파트 건물 신축계획을 공개했지만 올해 들어 외벽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공사가 중단됐다.
이런가 하면 버몬트가 구 ‘용궁’ 건물의 재개발도 중단됐다. LA 한인타운의 유명 중식당이었던 용궁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90개 유닛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신축하는 개발안이 건물주인 왕덕정씨에 의해 추진돼 왔지만 최근 제이미슨 측과의 에스크로가 깨졌기 때문이다.
한인사회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제이미슨 소유 건물 몇곳도 유령 건물로 남아 있다. 제이미슨은 윌셔와 세인트 앤드류 코너에 위치한 역사적 건물인 윌셔 프로페셔널 빌딩 뒷편 주차장 부지에 8층, 227개 유닛의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이미슨은 LA시 사적지로 지정된 아트 데코 스타일의 14층 윌셔 프로페셔널 빌딩의 외관을 유지하면서 이 건물을 추후 거주용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확한 활용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채 방치되고 있다.
또 제이미슨은 한인타운 랜드마크 중 하나인 윌셔와 웨스턴 애비뉴 북서쪽 코너에 위치한 13층짜리 피어스 내셔널 라이프 건물을 아파트 등 주거용 주상복합 건물로 재개발하겠다는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일부 내부 구조 변경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실상 빈 건물 주변은 홈리스들이 버린 쓰레기로 더렵혀져 있고, 지하철 연장 공사까지 겹치면서 인근을 지나는 주민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유령 건물 외에도 재개발 목적으로 기존 건물이 철거돼 공터로 남아 있는 곳도 올림픽과 후버 구 식도락 자리, 올림픽과 버몬트 76 주유소 자리, 6가와 세라노 등 10여곳이 넘는다.
한 건축설계 사무소 관계자는 “한인 개발업자들이 진행하는 대부분 프로젝트가 기존 건물을 구입한 후 이를 허물고 고급 아파트를 신축하는 것에 집중돼 있지만 은행들이 추가 대출이나 대출 연장을 꺼리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당분간 방치된 건물과 공터로 인한 환경 혹은 치안 문제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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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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