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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 살았다고 남겨진 시간이 어찌 아쉽지 않겠나

    오래 살았다고 남겨진 시간이 어찌 아쉽지 않겠나

    조선 후기 문신 이시원(1790∼1866)은 회갑 날 10촌형 이휘원에게 시 한 수를 받았다. 지금과 달리 오래 사는 이가 드물었던 시절, 회갑연은 장수를 축하하는 특별한 행사였다. 하지만 회갑을 맞은 당사자로선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서글픔도 뒤따른다. 이미 회갑을 …

    •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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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 취득 50주년도, 소과 급제 60주년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

    박사 취득 50주년도, 소과 급제 60주년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산딸기’(1957년)에서 여든이 다 된 주인공 이삭 보리는 박사학위 취득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다. 조선 후기 문신 정기안(1695∼1775)도 여든 되던 해 소과(생원·진사를 뽑던 과거) 급제 60주년을 기념한 의식에 다녀온 뒤 다음 시를 남겼다. …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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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전의 양면’ 노년과 청춘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아름다움과 희망을 찾다

    ‘동전의 양면’ 노년과 청춘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아름다움과 희망을 찾다

    64세를 일컫는 말로 파과(破瓜)가 있다. 오이 과(瓜)의 자획을 풀어 나누면 여덟 팔(八) 두 개가 되기 때문(八 곱하기 八은 64)이다. 파과는 청춘을 가리키기도 한다. 여덟 팔(八) 두 개는 16(二 곱하기 八)도 된다. 노년이 청춘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임을 시사한다. 린지 …

    •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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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운 고국 왔으나 떠날 때와 마찬가지… 마음붙일 수 없구나

    그리운 고국 왔으나 떠날 때와 마찬가지… 마음붙일 수 없구나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시테라섬으로의 여행’(1984년)에는 늙은 망명객의 귀국 여정이 펼쳐진다. 그리스 정치 현실에 절망해 35년간 망명했다 돌아온 그는 가족과 해후하지만 끝내 다시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해 중국 난퉁(南通)으로 망명한 김택영(185…

    •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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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과 당나귀 수난 뒤엔… 세상 향한 ‘작가의 외침’

    말과 당나귀 수난 뒤엔… 세상 향한 ‘작가의 외침’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1966년) 속 주인공은 당나귀로, 영화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당나라 시인 이하(李賀·790∼816)는 늘 당나귀를 타고 나가 당나귀 위에서 시를 짓곤 했다. 그는 특히 ‘말(馬)’을 제재로 수많은 시를 남겼다. 이는 한시사에서도 매…

    •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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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 기억은 왜 모두 다른가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 기억은 왜 모두 다른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년)에서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는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에서 화가 윤희정(김민희)을 만난다. 그들이 처음 마주친 복내당에서 비장청 방향으로 내려가면 유여택(維與宅)이 나온다. 정조(1752∼1800)가 현륭원(사도세자의 무덤)을 참배…

    •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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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구절이 짝 이룬 주련… 덕혜옹주 짝은 어디에

    두 구절이 짝 이룬 주련… 덕혜옹주 짝은 어디에

    정진우 감독의 영화 ‘경복궁의 여인들’(1971년)은 고종의 사랑을 엄 상궁에게 빼앗긴 민비의 질투를 그렸다. 민비 쪽 궁녀가 고종과 엄 상궁의 밀회를 염탐할 때 민비의 처지처럼 외로이 걸린 주련 한 짝이 화면을 스쳐 지나간다. 주련(柱聯)은 한시 구절을 새기거나 써서 전통 건축물 기…

    •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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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의 때문에 복수 포기… ‘영웅’이라 할수 있을까

    대의 때문에 복수 포기… ‘영웅’이라 할수 있을까

    형가의 진시황 암살 미수 사건은 한시와 영화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장이머우 감독은 ‘영웅’(2002년)에서 이 사건을 새롭게 형상화했다. 조선 시인 정두경(鄭斗卿·1597∼1673)은 협객을 읊은 시를 많이 남겼는데, 형가의 일을 색다른 방식으로 포착했다. 시의 첫머리에 ‘유주의 말…

    •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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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알아주는 이 위해서라면 죽음이 두려우랴

    나를 알아주는 이 위해서라면 죽음이 두려우랴

    이마무라 쇼헤이와 박찬욱 감독은 동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개인적 복수를 다뤘다. 사마천이 쓴 ‘자객열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형가(荊軻)는 타인을 위해 복수에 나섰다. 도연명(陶淵明·365?∼427)은 이 사건에 주목해 다음 시를 썼다. 시는 형가가 연나…

    •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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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인의 칼이 녹슨다면, 그것이 평화일수도

    군인의 칼이 녹슨다면, 그것이 평화일수도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영화 ‘지중해’(1991년)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투 장면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그리스의 작은 섬에 파병된 이탈리아 병사들은 사령부와 연락도 끊긴 채 주민들과 어울려 지중해의 햇빛 아래 뛰어논다. 이런 역설적인 한가로움은 조선 중기 임제(林悌·15…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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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속 죽음의 공포 누가 비웃을 수 있을까

    전쟁 속 죽음의 공포 누가 비웃을 수 있을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영광의 길’(1957년)에는 적군의 요새로 무모한 돌격을 감행하기 전날 밤 병사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은 총검에 찔리기보단 기관총에 맞는 게 낫다거나 폭탄이 제일 두렵다는 등 어떻게 죽는 게 덜 고통스러울까 고민한다. 그러다 죽고 싶지 않은 것만큼은 다…

    •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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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세당한 미소년 빼앗긴 인생이여 구슬픈 가락이여

    거세당한 미소년 빼앗긴 인생이여 구슬픈 가락이여

    조선시대 중인 신분의 김진수(1797∼1865)는 1832년 사행단을 따라 청나라를 다녀와 시집 ‘연경잡영(燕京雜詠)’을 남겼다. 북경에서 시인의 관심을 끌었던 것 중 하나는 조선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환희(幻戱·마술 공연)였다. 시는 공연의 한 대목을 스케치하듯 포착한다. 아리따…

    •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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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꼬이는 삶이지만 인생은 시와 같기에 시는 계속 쓰여진다

    늘 꼬이는 삶이지만 인생은 시와 같기에 시는 계속 쓰여진다

    삶은 시와 어떤 관계일까. 짐 자무시 감독은 영화 ‘패터슨’(2016년)에서 일상과 겹쳐지는 시의 존재 방식을 다룬다. 버스 기사인 주인공 패터슨은 미국 시인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1883∼1963)의 시를 읽으며 매일 비밀 노트에 시를 쓴다. 청나라 장사전(蔣士銓·1725∼1785…

    •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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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배-하방’ 권력 압제에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계속

    ‘유배-하방’ 권력 압제에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계속

    다산 정약용(1762∼1836)은 강진 유배시절 주막집 뒷방에 서당을 열었다. 자신은 둔하다며 배우길 주저하던 아이 황상(1788∼1870)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다산은 아이가 학질에 걸렸을 때 다음 시를 써주었다. 황상은 아전의 자식이었다. 병중에도 공부를 놓지 않는 제자에게 스승…

    •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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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침내 상봉한 어머니… 너무 기뻐 말도 못하고, 아이처럼 우는구려

    마침내 상봉한 어머니… 너무 기뻐 말도 못하고, 아이처럼 우는구려

    ‘엄마’처럼 정답고 그리운 말이 있을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엄마 찾아 삼만 리’(1976년)에서 마르코는 아르헨티나로 일하러 간 엄마를 찾아 홀로 먼 길을 떠난다. 송나라 주수창(朱壽昌)도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를 찾아 전국을 떠돌았다. 마르코처럼 주수창도 마침내 어머니와…

    •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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