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한담] “별풍선 장사하는 곳이 제법이네” 이 기업, 알고보니 IR 모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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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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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아닌데 비용 들고 번거로운 영문 공시
컨퍼런스콜은 생방송, ESG 리포트 매년 발간
“인터넷 방송 사고로 나빠진 이미지 쇄신”

“웬만한 대기업보다 영문 공시를 잘하는 회사입니다. 자본시장에서는 모범생이에요.”

최근 회사 이름을 숲(SOOP)으로 변경한 아프리카TV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평가입니다. 일부 방송 진행자(BJ)의 일탈로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탓에 사명까지 바꿔야 했다는 점에서 ‘모범생’이란 표현은 상당히 낯설 게 느껴지는데요.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영문 공시를 꾸준히 올리는 곳은 숲이 유일하다”고 했습니다.

숲의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자료. /숲 제공

거래소 직원이 언급한 ‘제대로 된 영문 공시’는 단순히 번역기를 돌리는 게 아니고, 전문인력을 쓴다는 의미입니다. 숲의 기업공개(IR) 페이지에는 전문가가 완벽하게 번역한 IR 자료들이 등록돼 있는데요. 매 분기 공개하는 실적 발표 자료(PPT)도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세부 항목까지 한글과 영어를 함께 적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대기업도 아닌 숲이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영문 공시를 하는 게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더욱이 작년 12월 금융당국이 네이버 클라우드와 협업해 공시 전용 번역기를 선보였는데도 말이죠. 숲은 종종 오류가 나타나긴 하지만 간편한 자동 번역기 대신 섬세하고 정확한 인간 전문가를 택한 겁니다. 당국이 제공한 번역기는 무상으로 주식 수를 줄이는 개념인 무상감자(Capital reduction without refund)를 ‘free potato’로 번역하거나, 자회사의 지배를 받는 손자회사(Sub-subsidiary)를 ‘grandchildren’s company’로 잘못 변환해 조롱거리가 됐죠. 숲은 이런 실수를 주주에게 보이지 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숲은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사업하는 만큼 실적 발표 방법도 남다릅니다. 정찬용 숲 대표가 직접 생방송에 등장해 실적을 설명하는데요. 주주라면 누구나 채팅창을 통해 질문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안내받은 일부 관계자만 컨퍼런스콜 참여를 허용하는 다수 기업과 다른 모습입니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방송에서는 한 이용자가 별풍선을 쏘자 정 대표가 BJ처럼 “별풍선 후원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숲은 2016년부터 이런 실적 공개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숲 관계자들이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 방송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 인물이 정찬용 숲 대표. /숲 제공

서수길 전 아프리카TV 대표는 2016년 컨퍼런스콜 첫 방송에서 “아프리카TV의 핵심은 소통인데 그동안 주주, 투자자와는 소통을 많이 못 한 것 같다”며 “컨퍼런스콜 역시 핵심은 소통이라 생각해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숲은 자산 규모 4000억원대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의무가 없는데도 2021년부터 매년 ESG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간한 2022년 보고서에선 판교 본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처음 측정해 공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2022년에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숲은 이런 모범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3월 거래소로부터 2022년도 코스닥시장 ‘IR활동 우수법인’으로 뽑혔습니다. 2003년 12월 상장 이후 20년 만에 이룬 쾌거였죠. 숲의 IR 담당자인 김지연 이사는 한국IR협의회가 주최하는 ‘2023 한국IR대상’에서 ‘베스트 IRO’ 수상자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숲의 이런 행보를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이 주된 사업이다 보니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주주들의 우려가 늘 존재한다”며 “그런 걱정을 잠재우고자 다른 기업보다 더 노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숲은 최근 코스닥시장 글로벌 기업에 새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코스닥시장 글로벌 기업은 전체 코스닥시장 상장 법인 중 재무 실적과 기술력이 인정되고 지배구조가 우수한 업체를 의미합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숲은 국내 라이브 스트리밍 1위 플랫폼의 위치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치지직 등과) 평균 시청자 수가 소폭 벌어지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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