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은 10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합동연설회에서 이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에 승리하는 당을 만드는데 자신이 적임자라고 각각 주장했다. 원희룡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총선 상대이자 ‘대장동 일타강사’로 저격했던 이력을, 한동훈 후보는 검사로서 문재인 정부에 맞서고 법무부 장관으로 민주당과 싸운 전력을 내세웠다. 윤상현 후보는 지역구에서 5번 연속 민주당에 이긴 승리 DNA를 주장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 전 대표에 맞서 본회의장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원내’ 당대표 후보라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이재명과 싸웠다. 대장동 일타강사로 싸웠다. 계양(인천 계양을)에서도 싸웠다”며 “어떤 희생도 아끼지 않고 불의에 맞서 싸울 때는 싸우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 대응해 합의를 이끌었던 경험을 말하며 “이제 당대표로서 맨 앞에서 민주당과 싸우겠다. 특검, 탄핵을 정면 돌파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지금까지 싸웠다. (법무부 장관이 돼서도) 180석 거대 야당과 맞서 싸웠다”며 “제가 한 번이라도 비굴한 적 있나. 도망간 적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미지 관리하라고들 하는데 그러지 않겠다”며 “지금보다 더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마무리에서도 “여러분이 절 부르신 이유가 ‘너라면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무도한 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 아닌가”라며 “정말 잘 보셨다. 그렇게 할 수 있다. 기회를 달라”고 했다.
윤 후보는 “한때 권력의 중심에 서봤는데 허망한 짓이었다. 많이 반성하고, 국민을 보고, 역사를 보고 정치해야 함을 느꼈다”며 “이후 무소속으로 2번이나 총선에 나왔지만 매번 민주당하고 싸워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 몸에는 민주당과 싸워 이기는 승리의 DNA가 있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국회가 전쟁터다. 국회에서 탄핵하고 특검한다”며 “본회의장에 당당하게 앉을 수 있는 당대표, 본회의장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당대표는 차이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패스트트랙 투쟁’을 이끌었다고 언급한 뒤 자신이 “108명의 현역 의원과 원내 전략을 함께 하며 이재명의 민주당을 당당하게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며 “나경원이 이재명을 끌어내리고 대한민국을, 국회를 정상화시키겠다”고 했다.
연설회 후 장외에선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을 두고 원 후보가 ‘총선 고의 패배’를 언급해 후보 간 갈등이 벌어졌다. 원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총선 승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후보가)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게 아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걸(문자 회신을) 왜 회피하고 (김 여사 사과 의사가) 거짓말이라고 단정하나”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기자들에게 “(원 후보가)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무서워서 네거티브 안하겠다더니 신나게 마타도어를 한다”며 “이런 다중 인격 같은 구태정치가 청산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사적 공천’을 했다는 원 후보 측의 공격에 대해서도 “오물 끼얹고 도망가는 게 자랑스러운 정치 경험인가, 배우고 싶지 않다”며 “허위사실 유포는 심각한 범죄”라고 했다.
지난 8일 호남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연설회에는 2600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몰려 응원하는 후보에 성원을 보냈다. 다수 후보들이 지난 총선 때 여당의 ‘낙동강 벨트’ 승리가 탄핵저지선(100석) 확보를 이끌었다며 부·울·경 당원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경남 거제 태생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유신 말기 명언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를 인용하며 거대 야당에 맞서겠다는 후보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