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코핀이다. 말 그대로 양말의 ‘앞코’ 부분을 집어 한데 묶어주는 핀을 뜻한다. 얇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쉽게 접고 펼 수 있다. 양말 제조·유통·판매 단계에서만 쓰는 포장 부자재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번은 볼 일 없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곤 한다. 작아서 눈에 띄지 않아 주의하지 않으면 밟기에 십상이다. 게다가 양말 천을 집어 고정하기 위해 뾰족한 부분이 있다 보니 꽤 아프다.
양말코핀 대신 알파벳 대문자 I처럼 생긴 플라스틱 막대 ‘그거’ 택핀을 쓰기도 한다. 그나마 떼기 쉬운 양말코핀과 달리, 택핀은 가위나 칼 없이는 뜯기 어려워 원성이 자자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양말코핀·택핀 개발자는 지옥으로 떨어져라”라는 과격한 발언이 종종 게시되는 이유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물건을 하나 꼽자면, 한 짝만 남은 ‘0.5 켤레’ 양말일 테다. 그나마 잘 신고 다니다가 한 짝만 구멍이 뚫려 못쓰게 된다든지, 세탁 과정에서 실종된 정도라면 양반이다. 기분 좋게 사 들고 온 새 양말이 한 짝 뿐이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양말코핀은 이런 불쾌한 상황을 방지해줄 뿐만 아니라 양말이 새것임을 입증하는 간편하고 확실한 수단이기도 하다.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양말코핀은 고마운 존재다. 고객들이 흩뜨린 옷이야 다시 접으면 되지만, 사라진 양말 한 짝은 고통의 시작이요, 뒤섞인 양말을 짝 맞추는 일은 시시포스의 형벌이다.
고리가 포함된 종이 라벨 포장 방식도 많이 쓰는데, 이는 행택(hang tag)·양말택(sock tag)이라고 한다. 브랜드명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기입할 수 있고 포장·진열에 모두 쓸 수 있어 별도의 브랜드를 가진 양말 전문 업체에서 애용한다.
행택을 양말에 고정하는 역할은, 예상했겠지만 우리의 듬직한 친구, 택핀이 맡는다. 오늘도 소비자는 택핀에 고통받는다. ※ 택핀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물에서 다룰 예정이다.
양말 중앙에서 감싸는 식으로 포장하는 종이 라벨은 양말 띠지(Wrap Label)라고 한다. 새 덧신 양말(페이크 삭스) 안에 모양 잡기 용도로 들어간 두꺼운 마분지 ‘그거’의 이름은 속대다.
양말(洋襪)은 서양식 버선이라는 뜻의 한자어다. 양말에서 발가락을 감싸는 부분을 ‘코’라고 부르는 것 역시 버선의 명칭에서 온 것이다. 특이하게도 양말의 다른 부분은 버선의 부위별 명칭을 따르지 않는데(예를 들면 버선의 발등 부분은 ‘수눅’이라고 한다), 발가락 부분만 버선과 마찬가지로 앞코(코)라고 부른다. 편직기에서 막 나온 양말은 앞부분이 트여 있는데 이 부분을 이어주는 공정을 봉조라고 한다.
참, 양말 제조 현장에서 쓰는 용어에 관해 도움을 준 김남주 렉시 대표에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다음 편 예고 : 새 옷에 상표 등을 고정해주는 플라스틱 ‘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