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정기남 선장의 책에선 짠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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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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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바다-이미지 / 정기남저자는 배를 오래 탄 선장이었다. 지금은 바다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백년어서원에서 해양문학을 함께 읽고 있다고 한다. 그가 64편에 이르는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학작품들 속 바다를 서술해 <문학 속 바다-이미지>를 내놨다. 같은 선장이었던 이권희 전 한국해기사협회장은 “바다 위 항해는 멈췄지만, 문학 속 바다-이미지를 찾아 여태껏 항해를 계속해 왔다. 구석구석 숨어 있는 미지의 바다를 탐험하여 그간 발견한 바다 이미지로 모자이크된 새로운 해도를 내놨다”라고 멋진 추천사를 썼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바다에 대한 생생한 표현이 이 책의 최대 매력이다. ‘배에 오르는 순간 공기부터가 다르다. 짠내가 피부를 찌르기 시작한다. 몸을 수직으로 가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한다. 바닥이 꺼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 엄습한다. 자면서도 굴러다녀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글만 잘 쓴다고, 혹은 배만 오래 탔다고 이런 묘사가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은 바다를 외면해 왔던 저자의 반성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다. 생존을 신이나 자연에 맡길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그래서 바다에서는 선원들이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탔다는 말의 무게를 중량톤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같은 뭍사람들은 길이 눈에 훤하게 보이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길 잃은 나그네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바다를 제대로 표현할 문체를 고민하다 파도가 어긋나는 자세로, 해일이 해안을 덮치는 기세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바다가 무심한 것처럼, 독자가 여기 소개하는 문학작품들을 이미 읽었다는 전제하에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절대 친절하지 않지만, 힘들게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정기남 지음/신생/256쪽/1만 6000원.

<문학 속 바다-이미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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