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삶을 관통하는 주제 ‘사랑’은 회복이고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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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5.23. 오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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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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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 / 조동숙<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는 시인이 쓴 시가 있는 에세이집이다. ‘뼈 속을 파먹으며/자라나는 새가 있었다//내가 나른할수록 왕성하게 자라나는 새//한 움큼의 피를 토해낼 때마다/어느 결에 새의 몸으로 수혈된다//나를 먹고 자란 새는/내 허물을 벗고 호기롭게 날아갔다.’ 저자의 분신과도 같다는 시 ‘새의 비상’이다. 이 책은 시를 소개하고 쓰게 된 배경과 계기를 이야기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잠언적인 내용이 덧붙여 있기도 하다.

저자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라고 짐작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시 ‘50년 만에 편지’를 예를 들어 보자. 한 청년은 여의사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지만, 수술비가 없어 야반도주한다.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청년은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병원비 500만 원과 감사 편지를 보낸다. 이 시에서 그는 여의사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처럼 사회를 따뜻하게 품는 모성애가 필요하다.

저자가 사랑하는 작가인 단테, 릴케, 유진 오닐과의 가상 대담이 흥미롭다. 명성에 가려져 미처 몰랐던 사실을 살펴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인터뷰어 조동숙이 묻고 답을 듣는 형식이다. 단테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자, 사랑은 그 모든 것이었다고 대답한다. 사랑은 회복이고 구원이었다. “문학과 사랑이란 주제로 강의를 요청하고 싶다”는 말로 이 인터뷰는 유쾌하게 마무리된다. 저자는 글쓰기에 대해 설령 아무런 보장이나 밝은 전망이 없다 하더라도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관중 없는 무대에서 홀로 외치는 배우가 될지라도 상관이 없단다. 중요한 것은 살아온 길, 지나온 길을 거울삼아 살아갈 길, 나아갈 길을 가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동숙 지음/박이정/256쪽/1만 7000원.

<삶과 문학의 길 위에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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