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투자 사기 의혹' 소고기왕국…대농장주 연기한 '정육점 사장'

입력
수정2024.06.27. 오전 10:13
기사원문
오승렬 기자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트리거] 소고기 왕국의 실체
"투자시 원금 200% 보장"…전국 돌며 사업설명회
"일부 임원의 독단적 사업"…회사는 '전혀 모른다'는데
[앵커]

뉴스룸의 탐사보도 '트리거'입니다. 소고기 프랜차이즈인 '한양화로'는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매장도 급격히 늘리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런데 한양화로의 운영자금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마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오승렬 PD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유명 배우를 모델로 쓰고, 영화관에서 광고를 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해온 소고기 프랜차이즈 '한양화로'입니다.

운영 기업은 '바나바에프앤비'라는 회사인데 이곳 대주주이자, 의장이라 불리는 박모 씨는 지난 2022년부터 전국을 돌며 투자자를 모집해왔습니다.

[박OO/바나바에프앤비 대주주 (2022년 9월 6일) : 우리 회사는 바나바에프앤비라고 하는 회사예요, 프랜차이즈 회사. 근데 첫 번째 브랜드가 바로 한양화로예요, 한양화로. 한양화로 제가 1천개를 갖다 오픈시키면 기업가치는 조 단위로 올라가요.]

캐나다에서 소고기를 싸게 들여와 국내에 유통시키는 사업에 투자하면 돈을 두 배로 불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박OO/바나바에프앤비 대주주 (2022년 9월 6일) : 전 세계에서 땅덩어리가 세 번째로 큰 나라가 캐나다래요. 거기서 기르는 소가 얼마나 많겠어요, 그렇죠. 그리고 제가 그다음 주에 캐나다에 들어가요. 그래서 농장주하고 계약을 해요.]

원금 보장은 물론이고, 투자자를 더 데려오면 수수료도 약속했습니다.

[박OO/바나바에프앤비 대주주 (2023년 2월 16일) : 열 달 동안 이자를 10%씩 받잖아요. 약 10%씩. 그러고 나면 본인이 투자한 금액의 100%는 찾아갈 수 있잖아요. 그러면 나중에 본인의 원금을 다 돌려드려요.]

인허가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건 불법입니다.

이자지급도 지난해 말부터 멈췄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렇게 모인 돈이 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 : 대기업보다 더 많은 홍보를 하기 때문에… 근데 그 돈(홍보비)이 다 우리 돈이었다라는 걸 아는 순간 황당했고.]

바나바에프앤비 측은 '회사와 무관하게 일부 임원이 벌인 사업'이라며 자세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은 유사수신 행위와 사기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한양화로 운영사의 대주주는 캐나다의 거물급 농장주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면서 투자자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불법 투자를 위해 내세운 농장주란 사람은 알고 보니 캐나다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습니다.

이어서 오승렬 PD입니다.

[기자]

바나바에프엔비의 의장 박모 씨가 독점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했던 캐나다 앨버타주의 '넬슨팜'입니다.

지난해 6월, 박 씨는 이곳 농장주라는 인물을 한국으로 초청해 투자자들에게 소개했습니다.

[박OO/바나바에프앤비 대주주 (2023년 6월 13일) : 제가 그때 말씀드렸던 OOO씨의 자부심 카우보이모자 있죠? 이게 자부심이에요 자부심. 우리나라에선 선비가 갓 쓰듯이… OOO 부부 너무 멋있죠? 저하고 독점계약했다는 얘기 들으셨죠? 믿어 의심치 마시고요, 이제.]

하지만 해당 인물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농장 근처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투자자 : 제가 그 정육점까지 갔다 왔어요. 진짜 맞더라고요. 그냥 우리 미국 가면 흔히 보이는 그냥 조그마한 정육점 있잖아요.]

바나바에프앤비 측은 해당 인물이 실제 '넬슨팜' 등 여러 농장에서 고기를 공급받는다'며, '박씨가 그를 농장주로 소개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회사와 무관하게 박 씨가 한 일이라는 건데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한 계좌는 회사 임원들 계좌였습니다.

임원들은 평소 박 씨 지시 없이는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A씨/바나바에프앤비 이사 : 일단은 지시받고 그렇게 진행이 된 거고요. {누가 지시를 그렇게 내린 거예요?} 뭐 저희… {박OO 의장이 이렇게 내린 거예요?} 네. 의장님 성격을 아시잖아요. 저희도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고 그러면 안 해요. 그 이외엔 없습니다.]

JTBC 취재결과, 이곳 대표이사 신씨는 지난 2012년 유사수신행위와 사기죄로 3년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엔 '중국에서 금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속여 10억 원의 투자금을 모았습니다.

바나바에프앤비 측은 '현재 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시기도 10년 전'이라며, '이전부터 고기 유통업에 종사한 이력이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VJ 한재혁 허재훈, 인턴기자 허승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