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이야기]빈대에 관하여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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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6. 오후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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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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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빈대를 잡아 손톱으로 꾹 눌러 터뜨리면 불쾌한 낌새가 코를 찌를뿐더러 만지기만 해도 고약한 노린재 냄새가 난다. 또 놈들에게 물리면 무척 가렵고, 한껏 피를 빨고는 벌건 똥을 벽지에 깔겨서 벽이 온통 피 칠갑이다. 그리고 빈대 핏속의 DNA가 90 여일 변하지 않기에 범죄 과학수사에 쓰인다.

녀석들은 페로몬(pheromone)으로 먹이나 짝을 찾는다. 수컷이 날이 휜 칼 닮은 음경으로 암컷의 배를 찔러 정자를 몸 안에 집어넣으면 그것이 피를 타고 난소(알집)로 찾아든다. 하루에 2개의 알을 낳아서(평생 암컷 한 마리가 15~500개를 낳음) 솔기에 달라 붙인다. 사람의 체온을 받고 부화(알까기)시키자는 심사(마음)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그토록 득실거리던 흡혈 곤충인 이․벼룩․빈대를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바퀴벌레․․지네 따위의 포식자가 성가신 빈대 놈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멸종될 까닭이 되지 못한다. 이들이 사라진 것은 아마도 1945년 뒤에 DDT 따위의 강력한 살충제 사용에도 있겠지만 사람도 많이 다치고, 죽게 했던 연탄가스가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연탄가스중독주범인 일산화탄소(CO)는 산보다 20배나 세게 적혈구(헤모글로빈, hemoglobin)와 결합한다. 그렇기에 핏속에 산소(O2)가 넉넉히 있어도 일산화탄소가 모든 적혈구에 다 달라붙어 버려서 세포에 산소공급이 되지 못해 빈대도 죽어(사라져)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빈대는 사람 체취나 이산화탄소를 맡고 먹잇감을 찾는다. 모기 따위도 매한가지로 그런 화학물질 있는 곳으로 가니 이를 양성( ) 주화성이라 한다. 그리고 모기가 모기향 냄새를 맡고 식겁하여 얼씬도 안 하는 것은 음성(陰性) 주화성이다.

또 빈대는 두 개의 더듬이에 열감지기가 있어 체열을 느끼고 살금살금 가까이 기어드니 이는 양성 주열성(走熱性)인 셈이다. 그리고 16°C 이하에선 동면에 들고, 지독한 녀석이라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거뜬히 반년 넘게 견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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