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홍칼럼]시·군의회 원 구성, '감투싸움'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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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가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받들어 집행부를 올바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의장단을 비롯한 상임위원장이 제대로 선출돼야 한다. 의회의 원 구성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도내 시·군의회의 후반기 원 구성이 여야 협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자리 욕심에 약속을 저버린 채 서로 남의 탓만 일삼는 행태에 빠지면서 지역주민들의 실망과 혐오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의회 운영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국민의힘에서는 의장단 선출의 표 이탈 방지를 위한 의원별 기표용지 표기 위치 지정을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의회의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연 후반기 시·군의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기초의회는 지방자치의 시작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오히려 당리당략에 휘둘리고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때가 되면 말단 선거조직으로 선봉에 나서는 곳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의 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파벌과 이면거래만 난무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주민들의 대표라는 엄중한 책임의식을 망각하고 주민혈세를 갖고 외유성 해외 나들이를 다녀오는 의회가 많아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1월4일 국민권익위원회는 92개 지방의회(광역의회 17개소, 기초 시 의회 75개소)의 ‘2023년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 를 발표했다. 종합청렴도 평가 평균 점수는 68.5점으로 나타났고, '청렴체감도'는 66.5점, '청렴노력도'는 77.2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2월28일에 발표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 종합청렴도 평균 점수 80.5점, ‘청렴체감도’ 점수 80.0점, ‘청렴 노력도’ 82.2점에 비해 크게 낮았다. 특히 직무 관련 공직자 등이 지방의회 의원의 부정부패를 직접 경험한 ‘부패 경험률’이 15.51%에 달했다. 행정기관 · 공직 유관기관 공직자 부패 경험률 1.99%의 7배가 넘는 수치다.

문제가 많자 그동안 시·군의회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않게 나왔다. 민의를 망각한채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높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 극약처방을 주장한 셈이다. 원구성을 둘러싼 잡음과 이전투구에 남은 2년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후반기 원 구성을 두고 여야 간, 의원 간 갈등이 커진 만큼 그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정의 골이 깊어져 사사건건 대립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 흘러나온다. 또 서로가 번번이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한데 후반기 의회 운영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한숨을 내쉰다.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찢어지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주민보다 진영 논리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대로라면 집행부를 견제하고, 지역 주민의 뜻을 수렴해 반영하는 일조차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방의회 원구성이 국민 혐오의 1순위로 꼽히는 국회의 원 구성 행태와 똑같다면 결코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지방의회 원구성을 둘러싼 합종연횡과 권모술수가 때만 되면 되풀이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또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구나’라며 미간을 찌푸린다. 그럴수록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위상은 쪼그라들고 있다. 지방정치에서 소외돼 가고 있는 기초의회가 반듯하게 서기 위해서는 원 구성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담합과 자리 나눠 먹기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기초의회는 못된 정치를 배우는 정치실험실이 아니다.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유권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정치의 최전선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하는 기초의원들이 2년마다 감투싸움으로 볼썽 사나운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자리싸움만 하는 기초의원들의 모습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올해도 여지없이 다시 나타났다. 가장 밑바닥 민심을 읽어야 할 기초의회가 파벌끼리 힘겨루기나 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원칙과 명분을 저버리는 시·군의회가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 주민들이 이런 시·군의회에 희망을 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눈앞의 이익을 쫓는 시·군의회는 결국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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