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봉]횡성의 미래, 이들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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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5. 오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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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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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도 다음달이면 벌써 후반부로 접어든다.

당락의 희비를 떠올리며 지방선거에 대한 뒷풀이가 엊그제 같은데, 2년이 훌쩍지나 내년 하반기면 다음번 선거 얘기를 해야 하니, 시간은 참으로 쏜살같이 날고 있다.

지방자치제와 지방의회를 생각하면, 90년대 후반 근무했던 어느 지역에서의 일화가 뇌리를 스친다.

요즘처럼 지방의회의 다양한 활동이 인터넷 방송이나 폐쇄회로TV를 통해 공유되지 않던 시절이라, 취재를 하려면 본회의장이나 특별위원회 회의실 한켠에 마련된 기자석에서 메모를 해야 했다.

회의장에서는 고성이 난무하기 일쑤였고, 공무원을 윽박지르는 볼썽 사나운 풍경이 비일비재했다.

한 군의원이 답변석에 앉은 군청 과장을 향해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오타를 내는 건 의회와 의원을 무시하는 행태 아니오?”라며 감사자료 몇페이지 몇째줄을 가리켰다. 회의장은 잠시 적막이 흘렀고, 담당 과장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의원님, 비(B).오(O).엑스(X)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오타가 아니고 박스, 상자입니다”라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순간 실소를 터뜨릴만도 했지만 위세에 눌려 아무도 웃지 못했다. 의원은 “앞으로 군의회 제출 자료는 가능한 한글로 쓰라”며 수습했다.

시행착오랄까, 지방자치제 초기에는 이런 풍경이 지방의회 곳곳에서 벌어졌다. 표를 얻어 당선된 민의의 대변자가 큰소리 한번 칠 수도 있지만, 너무 과해서 격해진 감정에 사건이 되기도 했다.

제9대 횡성군의회가 일을 좀 한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행정사무감사에서 군의원들의 송곳 질의와 ‘빼박 자료’ 제시에 군청 부서장들의 답변석은 좌불안석이다.

너무도 정확한 지적과 증거에 군청 부서장들은 연신 “네.네 맞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예산낭비입니다” “확인후 바로잡겠습니다”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을 자료로 의회에 보고하겠습니다” 등을 연발하고 있다.

군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7명인 군의원은 선수(選數)로 초선과 3선이 각각 3명, 재선이 1명이다. 경륜과 패기가 조화를 이룬다. 연령도 60대가 4명, 50대가 3명으로 비교적 젊다. 성별도 남성 4명, 여성 3명으로 균형이 잡혔다. 이건 외형이다.

3선 베테랑인 김영숙 군의장과 표한상 부의장, 김은숙 군의원은 노련한 의정으로 안정적인 군의회를 선도하고 있다. 선배 의원으로서 양보와 화합같은 모습을 자주 보인다.

재선인 백오인 군의원은 다양한 시도로 의정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예산 낭비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견제구가 빛난다. 군의회 역사상 첫 민간인 증인 출석을 요구해 밀도를 높였다.

초선인 유병화 군의원은 투박하면서도 맥락을 짚는 혜안으로 초선답지 않은 의정을 펼친다는 응원과 함께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끈질긴 추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낸다.

군수 비서실장을 지낸 정운현 군의원은 초선임에도 다양한 현안을 한걸음 더 넓은 시각으로 접근하며, 단순한 지적이나 비판보다 해결책에 더 큰 화두를 던진다.

박승남 군의원은 ‘역대 최고의 비례대표’로 꼽힌다. 평생 농협에서 일한 금융·회계전문가로서 차분하고 진진한 접근을 통해 명백한 규정 위반, 회계 오류, 제도적 헛점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건강한 내부 경쟁과 집행부 견졔라는 의회 고유의 역할 속에 군의회는 이번 제321회 정례회에서 핫이슈였던 군청 조직개편 관련 조례안 2건을 부결시키며, 숨고르기를 했다.

지난해 군의회는 수십억원을 투입하려는 외국인 근로자 복합관리센터 예산도 과감히 삭감해, 지역사회 일각에서 제기된 특혜 시비도 잠재웠다.

불편부당(不偏不黨) 의정으로, 민감한 현안의 큰 물줄기를 잡아 온 횡성군의회가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무난히 마치고, 횡성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지 기대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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