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순칼럼]軍 간부 대 이탈, 국방의 허리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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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19. 오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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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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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대한 장교 및 준·부사관은 총 9,481명
전년대비 24. 1% 증가, 국가 안보 중대한 위협
군 징집 인원, 2037년에는 18만명으로 줄어들듯


군 간부 대 이탈, 국방의 허리가 흔들린다

우리는 오랜 세월 정치권력에 굴종하는 군을 ‘군바리’라며 경멸해왔다. 누구는 군부 독재를 경험 데서 오는 ‘트라우마’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화시대, 그렇게 핑계대기에는 시간이 많이 지났다. 군은 용기와 명예를 먹고 살 때 사기가 오른다. 요즘 한국사회에서 군은 사기에 충천해 있나. 최근 군에서 나타나는 장교 및 준·부사관의 대규모 이탈 현상, 일명 '군 간부 엑소더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는 단순히 인력 유출의 문제가 아니며 대한민국의 국방력, 나아가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실전 상황에서 목숨을 거는 건 결국 장교와 부사관이다. 지난해 제대한 장교 및 준·부사관은 총 9,481명으로, 전년 대비 24.1% 증가한 수치다. 이는 군의 중추를 이루는 간부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군 간부들이 군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민간 기업과의 급여 격차, 열악한 주거 및 근무 환경,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민간 기업과의 급여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군 간부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민간 부문과의 급여 격차 커

가장 큰 문제는 급여 격차다. 지난해 소위 1호봉의 월급은 약 178만원으로, 이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병장의 월급은 200만원을 향해 가면서 간부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군 간부들이 직업군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급여 외에도 주거 및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군 간부들은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안정된 주거 환경을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간부들이 열악한 시설에서 생활하며, 근무 환경 또한 스트레스가 많고 육체적으로도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군 간부들은 장기적으로 근무하기 어려워진다. 또 다른 문제는 군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다. 군인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사회적 인식과 대우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에서는 군인이 공항에서 우선 탑승하는 등의 배려를 받지 못하며, 오히려 냉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군인들이 자긍심을 갖기 어렵게 만들고, 직업군인으로서의 희망을 잃게 만든다. 군 간부들은 '창끝 전투력'의 중추를 이루며, 첨단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이 떠나면 군의 전투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초급 장교 미달 문제도 심각

군 간부 이탈 문제와 함께 초급 장교 모집 미달 문제도 심각하다. 육군 사관학교 지원자는 2019년 1,200명에서 2023년 978명으로 감소, 약 18.5% 줄었다. 해군 사관학교는 900명에서 732명으로, 공군 사관학교는 850명에서 694명으로 떨어졌다. ROTC 지원자는 3,000명에서 2,443명으로 줄었다. 초급 장교의 급여를 대폭 인상해 민간 기업과의 급여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젊은 인재들이 경제적 안정을 느끼고 군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군 내 주거 환경과 근무 환경을 개선해 초급 장교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다 군인의 역할과 희생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과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군 복무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젊은이들이 군인을 존경할 수 있도록 풍토를 조성해 나갈 때 군 사기는 올라가는 법이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력 수급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군 징집 연령인 만 20세 인구는 2023년 25만여명에서 2037년에는 18만여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전에서 병력 수는 중요하지 않다지만 125만 북한군과 대치하는 터에 남북 간 병력격차는 심각한 위협이다. 첨단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4차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다 해도 전쟁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군 간부 무더기 이탈과 병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미룰 수 없다. 일선 병사들을 지휘감독하고 첨단 고성능 군 장비를 다루는 핵심 인력이 어떤 이유에서였건 흔들리게 방치해서는 안보 자해나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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