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포럼]석탄의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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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엽 대한석탄공사 상임감사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바로 석탄, 즉 연탄의 보급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과거 연탄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80%가 사용하는 국민의 주된 난방 및 취사 연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연탄이 보급되기 전 우리는 신탄이라는 숯과 장작을 연료로 사용했다. 학교가 끝나면 부모님을 도와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장작을 구해오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연탄을 때던 시절 강원도 횡성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추운 겨울날 가족들을 따뜻하게 해 준 연탄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아직도 깊게 남아 있다. 겨울을 준비하며 연탄을 광에 들이던 날이면 어머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했던 그 시절을 잊을 수가 없다. 실제로 1956년에는 벌거숭이 산이 전체 국토 면적의 6.9%에 달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석탄공사가 설립되고 이후 본격적으로 석탄의 증산이 시작되면서 전국에 연탄이 보급됐고, 그때부터 우리는 더 이상 장작을 구하러 산에 오르지 않게 된 것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의 협조를 통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석탄개발 5개년 계획과 연료종합 5개년 계획이 수립된 1956년부터 치산녹화사업기간(1973~1987년)이 종료된 1987년까지 32년간을 석탄공사의 산림녹화 기여기간으로 특정할 수 있다.

석탄공사는 이 기간 약 1억3,000만톤의 석탄을 생산해 나무를 대체함으로써 약 32조원의 공익적 경제가치로 산림녹화에 공헌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매년 1조원의 무형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되돌려준 셈이다. 이는 단순히 석탄공사의 생산량만 보수적으로 환산한 것으로 국내 석탄산업 전체로 확대하면 그 공익적 가치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연탄은 이렇듯 우리 서민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연료다. 비록 시대의 흐름으로 청정연료에 밀려 그 사용량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서민들에게 연탄은 반드시 필요한 고맙고 소중한 연료다.

돌이켜보면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놀랍고 오묘하다. 식물과 나무가 오랜 시간 썩고 퇴적돼 석탄을 만들고, 우리는 그 석탄을 다시 연료로 사용하였다. 이렇듯 민둥산인 우리 국토에 다시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바로 대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근대화와 산업화에 기여한, ‘대한민국 산업전사’라 불리는 석탄광산 광부들의 헌신과 특별한 희생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일산업으로는 가장 많은 희생이 있어서 더욱 안타까운 석탄산업 종사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게 된 것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를 갱내에서 옆의 동료가 다치거나 순직한 일을 많이 지켜봤던 광부들은 늘 무섭고 두려운 생채기를 가슴에 새기고, 소중한 가족을 위해 그리고 누군가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 묵묵히 검은 땀을 흘리며 석탄을 캤다. 그런 석탄공사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 지난해 118년 만에 전남 화순광업소의 폐광에 이어 최근 장성광업소, 내년 도계광업소를 마지막으로 석탄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다. 석탄공사의 일원으로서 개인적으로 무척 아쉽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 전 임직원들은 마지막 탄광이 문을 닫는 순간까지 안전한 생산과 청렴한 석탄공사가 되고자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만 늘 그랬듯 우리 석탄공사의 직원들은 ‘오늘도 무사히’라는 구호를 되새기며 지하 깊은 곳에서 묵묵히 막장을 밀어낼 것이다. 이분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진심 어린 응원이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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