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온 우스갯소리.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을 때 어떻게 할까. 이탈리아인=배우자를 죽인다. 프랑스인=배우자의 연인을 죽인다. 중국인=맞바람을 핀다. 미국인=변호사를 선임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정부가 해결하라고 시위한다. 수출부터 물가, 반도체부터 전기요금 문제까지 삼라만상(森羅萬象) 대책을 떠맡은 기획재정부 관료가 해 준 얘기라 더 와 닿았다.
게다가 ‘다이내믹 코리아’다. 상반기만 해도 총선으로 국회 진용이 바뀌었다. 대통령은 상속세·종합부동산세 완화, 증시 밸류 업(기업가치 제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약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 시름도 한층 깊어졌다. 변수가 여럿 등장한 만큼,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욕먹지않을 만큼 완벽한 대책이라면 더 좋았겠다만.
경방보다 주목한 건 함께 발표한 ‘역동 경제 로드맵’이다. 잠재성장률 2%대 추락,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계층 이동 가능성 악화 등 문제에 대한 해법을 담았다. 혁신 생태계를 강화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계층 이동 사다리를 세우는 내용이다.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야 관료도 예상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연초 역동 경제 로드맵을 준비하는 배경에 대해 “심각하지만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에 대해 고민해 대책을 내는 것이 관료의 역할”이라고 설명한 데 공감한다.
관(官)의 시대가 저물고, 민(民)의 시대가 왔다는 얘기가 나온 지 꽤 된다. 그렇다고 정책의 시대가 갔나. 기업은 예나 지금이나 세금과 규제에 죽고 산다. 재벌 총수가 대통령의 ‘떡볶이 먹방’에 만사 제치고 따라나서는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펴낸 ‘산업 정책의 회귀’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체 산업 정책의 48%가 미국·EU·중국에서 나왔다”며 “선진국이 신흥 개발도상국보다 산업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정책의 청사진’ 경방의 무게는 여전히 가볍지 않다.
욕먹어도 굳세어야 K관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