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니면 죽어" 법정 울려 퍼진 목소리…딸 잃은 엄마는 오열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4.07.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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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를 휘둘러 여자친구를 숨지게 하고 모친까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김레아(26·대학생)의 재판에서 범행 상황이 생생하게 녹음된 파일이 재생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흉기를 휘둘러 여자친구를 숨지게 하고 모친까지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김레아(26·대학생)의 재판에서 범행 상황이 생생하게 녹음된 파일이 재생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흉기를 휘둘러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의 모친까지 죽이려다 미수에 그친 김레아(26·대학생) 재판에서 범행 상황이 생생하게 녹음된 파일이 재생됐다.

25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수원지법 제14형사부(부장판사 고권홍)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레아에 대한 두 번째 기일을 열고, 김레아의 여자친구였던 A씨 모친 B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B씨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딸이) 처음엔 집에 자주 왔는데 어느 순간 안 와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빠(김레아)가 주말엔 자기랑 놀아야 해서 집에 가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4년 3월 24일 사건 전날 딸이 집에 왔는데 온몸에 멍이 있고 목에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어 물어보니 딸이 '오빠가 예전부터 때렸다'고 해 제가 사진을 찍어놓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헤어지려고 하면 자꾸 협박하며 딸이 자고 있으면 '나체사진을 찍어 친구들과 학교에 유포한다'며 죽일 거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검사가 "다른 데이트폭력은 없었냐"고 묻자 B씨는 "제가 사준 휴대폰이 아닌 다른 휴대폰을 갖고 있길래 물어보니 '오빠가 던져서 부서졌다'더라"면 "부서진 휴대전화를 복원해 '전에 누구를 만났는지 사람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도 했다'더라"고 답했다.

범행 당일 B씨는 딸이 김레아와 동거하고 있던 집 짐을 빼러 가면서 김레아에게 '합의서'를 받으려 했다. 합의서에는 '김레아는 헤어지면서 어떠한 유언비어나 사진, 영상을 노출하지 않겠다. 유포할 시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B씨가 김레아에게 합의서를 보여주기도 전에 사건을 벌어졌다고 한다. B씨는 "'우리 딸 몸에 멍 자국, 상처는 어떻게 된 거냐. 왜 딸 휴대전화가 망가졌냐'고 다그치니 김레아가 한숨을 한 번 푹 쉬더니 바로 흉기를 휘둘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평소 김레아가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B씨는 오피스텔에 들어가자마자 몰래 녹음을 시작했다. 당시 범행 상황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되자 B씨는 흐느꼈다. 범행 이후 B씨가 경찰에 신고할 당시 통화 내용도 재생됐다.

B씨는 "녹음 파일에는 명확히 담기지 않았지만, 딸이 집 밖으로 도망치려고 하자 김레아가 '너는 내 것 안 되면 죽어야 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사진=뉴스1(수원지검)
B씨는 검사가 법정에 출석해 진술하고 싶었던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김레아의 거짓말'을 강조했다.

B씨는 "김레아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처음 경찰에 진술할 때 새벽에 제가 집에 쳐들어와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며 "김레아는 거짓말을 일삼고 협박한다. 딸을 얼마나 가스라이팅 했는지 김레아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거짓말이다"라고 호소했다.

변호인 측 반대신문에서 변호인은 김레아가 '합의서'를 본 이후 범행을 벌인 게 아닌지를 물었다. 합의서를 본 후 감정이 격해진 상태의 우발범행인지를 확인하려는 취지다.

이어 변호인은 B씨에게 "(김레아 진술에 따르면) 증인이 먼저 칼을 뽑아 자신 옆에 두었다는데 맞냐"고 묻자, B씨는 "그럼 제가 부엌 쪽에 앉아있지 않았겠냐. 사실이 아니다"고 받아쳤다.

또 "김레아가 손 신경이 다 끊어졌는데 이를 아냐"는 물음에는 "저는 19번을 찔렸고, 저희 딸은 집 안에서만 5번 찔렸다. 김레아는 분명 칼을 똑바로 잡고 있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김레아는 '증인이 들고 있던 칼을 내가 빼앗으려다가 손가락을 베였다'고 주장한다"고 말하자, B씨는 "나는 칼을 잡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김레아의 범행 이후 거짓말 등 정황이 불량해 이를 양형에 반영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사는 "김레아는 모친이 칼을 들고 대항하기에 이에 맞서려고 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진술했다. 다음 기일 김레아의 접견 녹음 파일도 양형 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레아는 '우발범행'과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또 사건 당일 여자친구가 집을 떠난다는 사실에 '두통약'과 '소주'를 마셨다고 주장했다.

다음 기일엔 김레아측이 신청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검사(KORAS-G)와 정신병질자 선별검사(PCL-R = 사이코패스 성향 평가)에 대한 감정 결과와 함께 김레아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 회신이 오는 대로 기일을 잡기로 했다.

김레아는 지난 3월 25일 오전 9시 35분쯤 경기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소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A씨(21)와 그 모친 B씨(46)에게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A씨를 숨지게 하고 B씨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수원지검은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김레아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는 올해 1월 특정 중대범죄 신상 공개법 시행 이후 검찰이 머그샷을 공개한 국내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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