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문고리'로 불리는 강의구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이 'VIP 격노설' 당일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키맨'인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두 사람의 통화는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알려진 국가안보실 회의 시간보다 먼저 이뤄졌다. 이들은 이 날을 비롯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기간 동안 총 9차례 전화를 주고받았고 15분 59초 동안 통화했다.
검찰수사관 출신의 강 부속실장은 윤 대통령의 '20년 인연'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검찰총장 시절 비서관으로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그는 검찰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뒤 차관급인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에 임명됐다. 강 부속실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시절 비서실에서 특수활동비 전달 등에 관여했던 인물로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다.
육군에서 파견된 임 비서관은 국방부·해병대 측과 소통하며 'VIP 격노설'을 전한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그는 의혹 기간 중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기도 했다. 사건 당시 소장이었던 임 비서관은 이후 중장으로 진급해 현재 국방대 총장을 맡고 있다.
'격노' 당일에만 6차례 통화... 총 10분 21초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통신기록을 보면, 강 실장과 임 비서관의 통화는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날짜인 2023년 7월 31일에 집중돼 있다. 이들은 오전 8시 46분부터 오후 8시 55분까지 총 6차례, 10분 21초 동안 통화했다.
7월 31일 6차례 (10분 21초)
08:46 임기훈→강의구 (3분 39초)
09:51 강의구→임기훈 (1분 29초)
12:34 강의구→임기훈 (4초)
12:56 임기훈→강의구 (2분 54초)
13:36 강의구→임기훈 (1분 8초)
20:55 강의구→임기훈 (1분 7초)
이날 오전 11시께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안보실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끝날 무렵(오전 11시 54분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실이 사용하는 '02-800' 번호로 전화를 받고 2분 48초간 통화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 통화 직후인 오전 11시 57분 박진희 군사보좌관의 전화를 이용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연락했다. 이 통화에서 이 장관은 자신이 결재했던 해병대 수사단(단장 박정훈 대령)의 수사기록 이첩을 보류하고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도 취소시켰다.
박정훈 대령은 이날 오후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임기훈 비서관은 지난 6월 21일 국회 채상병 특검 입법청문회에서 'VIP격노'를 직접 듣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방비서관으로서 직무수행과 관련이고 또 안보상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첩 보류 직후부터 통화 이어져"
강의구·임기훈 두 사람의 통화는 박 대령에게 '혐의자를 한정해 이첩하라'는 국방부 측 외압이 집중된 8월 1일에도 이뤄졌다.
8월 1일 11:24 임기훈→강의구 2분 23초간 통화
박 대령은 이날 유재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사결과에서 죄명도 빼야 한다', '개입이라 느끼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국방부 장관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박진희 군사보좌관은 이날 김계환 사령관에게 "박 대령이 유 관리관의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를, 지휘 책임과 관련된 인원은 징계를 검토해 달라"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국방부가 경찰로부터 회수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기록을 재검토해 다시 이첩하겠다고 했던 7일과 박 대령이 보직해임된 8일에도 두 사람은 통화했다.
8월 7일 16:01 임기훈→강의구 2분 58초간 통화
8월 8일 13:41 강의구→임기훈 21초간 통화
박 대령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왜 7월 31일 오전부터 (두 사람이) 통화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VIP격노' 이전부터 (강 실장이 임 비서관의 통화기록에) 등장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같은 날 (수사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 직후부터 갑자기 통화가 이어졌다"라며 "8월 1일 (두 사람의 통화) 상황도 김계환 사령관이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에게) '직권남용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꺼낸 직후"라고 의문을 제기했다.